실종된 자아와 현대인의 고독

-프란츠 카프카의 “실종자”를 읽고

2025-02-06     김청월 기자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의 『실종자』 표지 이미지. (사진출처=문학동네) 

[서울시티=김청월 기자]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의 소설 『실종자』는 그의 미완성작으로, 개인이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점차 소외되고 자신을 잃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주인공 카를 로스만의 여정을 통해 우리는 현대 사회에서의 개인의 실종과 소외를 반추할 수 있다. 카프카 특유의 환상적 리얼리즘과 불안한 분위기는 단순한 문학적 기법을 넘어, 인간의 근원적 불안과 현대 문명의 부조리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소설의 주인공 카를 로스만은 16세의 나이에 가족에 의해 미국으로 추방된다. 이민 선박에서 처음 등장하는 그는 이미 가족으로부터 단절된 상태이다. 가정이라는 안식처를 잃은 그의 모습은 현대 사회에서 안전한 관계망 없이 떠도는 우리 자신의 초상이기도 하다. 특히, 카를이 미국에서 겪는 여러 사건과 사람들과의 만남은 그를 점점 더 깊은 혼란 속으로 몰아넣는다. 그는 끊임없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기 정체성을 점차 잃어간다.

카를의 여정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소외’이다. 이민자로서 그는 새로운 사회에 적응해야 하지만, 그는 늘 주변인으로 남는다. 그가 만나는 사람들 – 삼촌, 호텔의 지배인, 델라모슈 부인 등 – 모두 그에게 일방적으로 요구하거나 그를 이용할 뿐이다. 카를은 타인들의 기대에 부응하려 애쓰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을 잃어가는 아이러니에 빠진다.

『실종자』의 핵심 주제는 현대 사회에서의 ‘개인의 실종’이다. 카프카가 살았던 20세기 초의 유럽은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던 시기였다. 이 과정에서 개인은 더 이상 전통적 공동체에 속하지 못하고 거대한 사회 시스템의 톱니바퀴로 전락했다. 카를 로스만이 새로운 환경에서 끊임없이 배척당하고 소외되는 모습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카프카의 작품은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규칙과 시스템에 순응하려는 개인의 모습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카를은 주어진 규칙에 순응하려 하지만, 그럴수록 그는 더욱더 자신을 잃어간다. 이는 오늘날의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인은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과 책임 속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목소리를 잃고, 점차 존재 자체가 지워진다.

『실종자』에서 가장 인상 깊은 점은 작품이 전달하는 카프카적 부조리이다. 카프카는 인간이 사회적 질서 속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을 강조한다. 작품 속 미국은 자유와 기회의 땅으로 묘사되지만, 카를에게는 끊임없는 좌절과 혼란을 안겨주는 공간으로 그려진다. 이는 현대 사회가 개인에게 끊임없이 기회를 제공한다고 선전하지만, 실제로는 그 속에서 더 큰 소외감을 느끼게 만드는 현실과 닮아 있다.

오늘날 『실종자』가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우리는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자신을 지키며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카를이 경험한 혼란과 소외는 단순히 그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구조적이고 보편적인 문제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개인과 사회 모두의 성찰이 필요하다.

『실종자』는 미완성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 겪는 소외와 실종의 문제를 날카롭게 그려낸다. 카프카는 단순히 한 개인의 비극을 서술한 것이 아니라, 그를 통해 인간 존재와 사회 구조의 본질을 탐구한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그리고 현대 사회가 개인에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질문하게 된다. 결국 『실종자』는 단순히 읽고 지나가는 소설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거울과 같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