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하인스 워드, 슈퍼볼 MVP로 우뚝 서다

2025-02-05     김청월 기자
피츠버그 스틸러스 시절 하인스 워드 유니폼. (사진출처=리복)

[서울시티=김청월 기자] 2006년 2월 5일, 미국 프로 풋볼의 가장 큰 무대인 슈퍼볼에서 한 명의 한국계 선수가 역사적인 순간을 만들어냈다. 피츠버그 스틸러스의 와이드 리시버 하인스 워드(Hines Ward)는 슈퍼볼 XL(40)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최우수 선수(MVP)에 선정되었다. 그는 경기 내내 놀라운 집중력과 경기 운영 능력을 보여주었고, 특히 43야드 터치다운을 포함해 123야드를 기록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로써 그는 미국 프로 스포츠에서 한국인의 위상을 드높인 인물이 되었다.

하인스 워드의 MVP 수상은 단순한 개인의 영예가 아니었다. 이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선수로서 최초의 슈퍼볼 MVP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미국 프로 풋볼 리그(NFL)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리그 중 하나로, 슈퍼볼은 그 정점에 있는 경기다. 그 무대에서 MVP로 선정된 것은 곧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았다는 의미와 같다.

하인스 워드는 1976년 한국에서 태어났다. 그의 어머니는 한국인, 아버지는 미국인이었다. 그러나 그는 어린 시절부터 혼혈이라는 이유로 차별과 편견을 겪어야 했다. 미국으로 이주한 후에도 언어적, 문화적 장벽을 넘어서야 했고, 스포츠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갔다.

조지아 대학교에서 풋볼 선수로 활약한 그는 1998년 NFL 드래프트에서 피츠버그 스틸러스에 지명되며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대학 시절부터 쿼터백, 러닝백, 와이드 리시버 등 여러 포지션을 소화했던 그는 특정 포지션에서 두각을 나타내야 하는 NFL 무대에서 처음에는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타고난 성실함과 끈기로 점점 팀 내 입지를 넓혀갔다. 특히 그는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 스타일과 강한 블로킹 능력으로 팀의 핵심 선수로 자리 잡았다.

그가 가진 가장 큰 강점은 ‘멘탈’이었다. 하인스 워드는 힘든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태도로 감독과 동료들에게 신뢰를 얻었다. 그리고 이러한 자세는 결국 그를 팀의 중심으로 만들었고, 2006년 슈퍼볼 무대에서 그 결실을 맺게 했다.

2006년 2월 5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슈퍼볼 XL에서 피츠버그 스틸러스는 시애틀 시호크스를 상대했다. 경기 초반부터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졌고, 하인스 워드는 팀의 핵심 공격수로 활약했다.

그의 가장 결정적인 장면은 4쿼터에 나왔다. 당시 피츠버그의 쿼터백 앤트완 랜들 엘이 패스를 던졌고, 이를 하인스 워드가 받아 43야드 터치다운을 기록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 플레이는 경기의 흐름을 결정짓는 순간이었고, 피츠버그는 21-10으로 승리를 거두며 슈퍼볼 챔피언에 올랐다. 경기 후 발표된 MVP 투표에서 하인스 워드는 기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하인스 워드의 MVP 수상은 한국계 미국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 한국인들에게도 큰 의미를 가졌다. 그동안 미국 프로 스포츠 무대에서 한국계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하인스 워드는 자신의 실력과 끈기로 NFL 최고의 무대에서 인정받으며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

특히 그의 수상 소식은 한국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한국에서는 NFL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았지만, 그가 MVP를 수상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해 한국계 어린이들을 위한 스포츠 캠프를 운영하며 자신의 경험을 공유했다.

하인스 워드는 단순히 뛰어난 선수로서가 아니라, 스포츠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사회적 의미를 만들어낸 인물이었다. 그는 성공 이후에도 혼혈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고, 한국계 미국인들이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사회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의 이야기는 단순한 스포츠 스타의 성공담이 아니다. 그는 도전과 노력으로 편견을 극복하고,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며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인정받았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2006년 2월 5일, 하인스 워드가 슈퍼볼 MVP로 선정된 순간은 단순한 스포츠 뉴스가 아니라, 한국계 선수들이 세계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그의 성공은 지금도 많은 후배들에게 도전의 동기를 부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