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붕괴의 시대, 글로벌 경제의 전환점
[서울시티=김청월 기자] 피터 S. 굿맨의 저서 『공급망 붕괴의 시대』는 글로벌 공급망이 직면한 위기와 그로 인한 경제적, 사회적 변화를 심도 있게 탐구한 책이다. 이 책은 현대 경제 구조의 기초로 여겨졌던 글로벌 공급망 시스템이 어떻게 붕괴되었고, 그 결과 우리가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하는지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굿맨은 세계화의 핵심이라 불리던 공급망이 어떻게 비효율적으로 변질되었는지 설명하며, 특히 팬데믹과 지정학적 갈등을 촉매제로 삼아 이 시스템이 붕괴된 과정을 분석한다. 과거 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노동력이 저렴한 국가에 생산 기지를 구축하고,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해 최대한의 이익을 추구했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는 몇 가지 치명적인 한계를 드러냈다.
첫째, 지나친 효율성 추구다. 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재고를 최소화하고, '적시생산(JIT, Just-In-Time)' 시스템을 채택했다. 그러나 이는 공급망의 회복탄력성을 희생하며, 외부 충격에 취약한 구조를 만들어냈다. 예컨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는 마스크와 같은 기본적인 의료 용품조차 부족했던 상황이 이를 여실히 증명한다.
둘째, 지정학적 긴장의 심화다. 미중 무역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은 주요 공급망을 더욱 분열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글로벌 경제는 분업화와 협력을 기반으로 발전했지만, 최근의 국수주의적 경향은 이러한 협력을 방해하며, 공급망의 불안정을 가중시켰다. 굿맨은 이를 "경제의 블록화"로 설명하며, 세계 경제가 협력에서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경고한다.
공급망 붕괴는 단순히 물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와 노동자, 그리고 국가 경제 전반에 걸쳐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 굿맨은 공급망 붕괴가 물가 상승과 경제적 불평등을 초래하며,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경제적 도전 과제를 부과했다고 주장한다.
공급망 장애는 필수 소비재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이는 저소득층 소비자들에게 특히 가혹하게 작용했으며, 인플레이션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예를 들어, 반도체 부족으로 자동차 생산이 감소하면서 신차와 중고차의 가격이 폭등한 사례는 공급망의 병목 현상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다.
공급망 붕괴는 노동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물류와 운송 인프라의 문제로 인해 노동자들의 근로 환경이 악화되고, 일자리 불안이 심화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굿맨은 공급망 붕괴의 위기를 새로운 경제 질서를 모색할 기회로 간주한다. 그는 지역화와 회복탄력성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기업과 정부가 공급망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굿맨은 특정 국가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를 탈피하고, 공급망을 보다 지역적으로 분산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단기적으로 비용 증가를 초래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된다.
기업은 과거의 효율성 위주의 접근법에서 벗어나, 위기 상황에서도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는 탄력적인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데이터 분석 기술과 디지털화된 물류 시스템의 활용이 필수적이다.
굿맨의 주장은 단순히 글로벌 기업이나 정부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소비자로서의 개인도 공급망 붕괴가 가져오는 현실을 직시하고, 새로운 경제 질서를 준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역 경제에 기반한 생산품을 소비하고, 지나친 소비주의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경제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내포되어 있다.
『공급망 붕괴의 시대』는 현대 경제의 취약점을 조명하며,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공급망 붕괴는 단순한 경제적 위기가 아니라, 글로벌 경제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할 기회임을 굿맨은 강조한다. 기업과 정부, 그리고 개인은 이 기회를 활용해 더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경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결국, 이 책은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꼭 읽어야 할 필독서로 자리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