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불멸의 가수 배호가 우리 곁을 떠나다

2024-11-07     김청월 기자
가수 배호 대표 앨범 "비 내리는 명동" 자켓 이미지. (사진출처=지구레코드) 

[서울시티=김청월 기자] 1971년 11월 7일, 대한민국 음악사에 영원히 남을 이름, 배호가 세상을 떠났다. 그의 나이 불과 29세였다. 짧지만 강렬했던 생애를 살았던 그는 당시 대중음악계의 중심에서 한국인의 애환과 희망을 노래한 상징적인 가수로 자리 잡았다. 그의 죽음은 대중에게 큰 충격을 주었고, 오늘날까지도 그의 음악은 한국 가요사의 중요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배호는 1942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해방 이후 부모를 따라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서울에서 자랐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에도 음악에 대한 열정은 누구보다 컸다. 그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노래를 부르며 자신의 재능을 키웠다. 1960년대 초반, 그는 TBC의 가수 공채에 합격하며 본격적으로 대중음악계에 발을 들였다.

1962년 발표한 데뷔곡 "두메산골"은 그를 대중에게 알리는 시작이었다. 이후 "안개 낀 장충단공원", "누가 울어"와 같은 노래들이 연이어 히트하며 그는 단숨에 스타 반열에 올랐다. 그의 음악은 단순한 유행가가 아니었다. 배호의 목소리는 한민족의 정서를 대변했고, 그의 노래는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대중의 감정을 진솔하게 담아냈다.

배호의 노래에는 특유의 쓸쓸함과 애절함이 담겨 있다. 당시 산업화와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 도시로 몰려들었고, 그 과정에서 느낀 외로움과 고독감은 배호의 음악에서 위로를 찾았다. 대표곡 "비 내리는 명동"과 "돌아가는 삼각지"는 도시 생활의 고단함을 생생히 그려내며 큰 사랑을 받았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듣는 이의 마음속 깊은 곳을 건드리는 듯한 힘이 있었고, 그 감정의 진정성은 그의 음악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배호는 또한 자신의 목소리만큼이나 독창적인 멜로디와 가사 선택으로도 주목받았다. 그가 선택한 곡들은 단순한 사랑 이야기뿐만 아니라 이별, 그리움, 삶의 고통과 희망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폭넓은 공감을 얻었다.

하지만 그의 삶은 안타깝게도 건강 문제로 인해 너무나 짧았다. 배호는 1968년부터 척추 카리에스라는 희귀병을 앓기 시작했다. 이 병은 그의 활동을 점점 제한했고, 결국 무대에서의 그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러나 병마와 싸우면서도 그는 노래를 멈추지 않았다. 병상에서도 녹음에 참여하며 자신의 음악을 이어갔고, 이는 그가 얼마나 음악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1971년 11월 7일, 배호는 끝내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의 죽음은 그의 음악과 그의 정신을 사라지게 하지 못했다. 그는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의 노래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고 있다.

배호는 단순한 가수가 아니라 시대를 대변한 예술가였다. 그의 음악은 한국 대중음악의 황금기를 열었고, 이후 수많은 후배 가수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그의 삶과 음악은 오늘날에도 회자되며, 한국 가요사에 큰 자산으로 남아 있다.

그가 떠난 지 반세기가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배호의 노래는 여전히 라디오와 사람들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그의 목소리에는 시대를 초월하는 힘이 있으며, 그의 음악은 한국인의 정서를 담아낸 귀중한 문화적 유산이다.

배호가 떠난 날인 11월 7일은 단순한 추모의 날이 아니다. 그것은 그의 음악과 정신을 기억하고, 그의 유산을 다시금 되새기는 날이다. 배호는 더 이상 우리 곁에 없지만, 그의 노래는 영원히 남아 사람들의 마음속에 울려 퍼질 것이다.

[배호의 대표 히트곡]

**안개 낀 장충단공원

배호를 국민 가수로 만든 곡 중 하나로, 이별의 슬픔을 담담하면서도 애틋하게 표현
한 곡.

**돌아가는 삼각지

산업화 시기 도시로 몰려든 사람들의 고단한 삶과 그리움을 담아낸 노래.

[돌아가는삼각지] 노래:배호 /작사:이인선 / 작곡:배상태

삼각지 로타리에 궂은 비는 오는데

잃어버린 그 사랑을 아쉬워 하며

비에 젖어 한숨 짖는 외로운 사나이가

서글피 찾아왔다 울고가는 삼각지

삼각지 로타리를 헤메도는 이 발길

떠나바린 그 사랑을 그리워 하며

눈물 젖어 불러보는 외로운 사나이가

남 몰래 찾아왔다 돌아가는 삼각지

**비 내리는 명동

도시의 쓸쓸한 풍경과 그리움을 담은 곡으로, 배호 특유의 애절한 목소리가 돋보이는 곡.

**누가 울어

배호의 초기 히트곡으로, 이별과 슬픔의 정서를 간결하면서도 강렬하게 표현.

**파도

바다와 파도를 통해 사랑과 그리움을 노래한 곡으로, 서정적인 가사와 멜로디..

**안녕

짧은 작별 인사 속에 깊은 아픔과 그리움을 담아낸 곡.

**영시의 이별

이별의 슬픔을 표현하며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준 곡.

**두메산골

배호의 데뷔곡, 그의 음악 인생의 출발점이 된 중요한 작품. 이 곡은 1962년에 발표되었으며, 배호가 TBC의 가수 공채에 합격한 뒤 처음으로 대중 앞에 선보인 노래다.

"두메산골"은 고향과 자연을 그리워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당시 도시화가 진행되던 시대적 배경 속에서 많은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가난하고 순박한 두메산골의 풍경과 정서를 애잔하게 그려낸 가사는 대중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