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안식을 위한 음악, 숭고미의 예술이 찾아온다
파이프오르간과 합창으로 화려하고 웅장한 공연 서울시합창단 「시그널 : 오르간과 함께하는 합창음악」
[서울시티=김청월 기자] 깊어져 가는 가을, 영혼의 안식을 위한 음악 숭고미의 예술이 찾아온다. 세종문화회관(사장 안호상)은 10월 24일(화) 저녁 7시 30분 롯데콘서트홀에서 「시그널 : 오르간과 함께하는 합창음악」을 선보인다. 많은 서구 음악가들에게 영감을 준 중세 그레고리안 찬트는 7세기 초 그레고리오 교황에 의해 유럽에서 구전되던 종교음악들을 채보한 것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록음악이다. 모리스 뒤뤼플레(Maurice Duruflé)는 그레고리안 성가를 재해석하여 20세기 합창의 걸작 <레퀴엠>을 만들었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이 곡을 만날 수 있다. 이번 공연은 또한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작곡가 5인의 위촉 창작곡 초연 무대도 구성된다.
모리스 뒤뤼플레(Maurice Duruflé)의 레퀴엠은 작품 곳곳에서 영혼을 감동시키는 깊은 영성과 풍부한 화음을 느낄 수 있다. 강렬하면서도 극적인 표현이 주를 이루는 다른 작곡가들의 레퀴엠과는 달리 모리스 뒤뤼플레의 레퀴엠은 조용하고 사색적인 특징이 있다. 이 작품은 뒤뤼플레가 아버지의 죽음을 애도하며 헌정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곡의 합창과 오르간의 조화는 특유의 영적이면서도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파이프오르간 협연은 오랜만에 국내 무대에 오르는 정경희가 맡으며, 강종희, 민경아(미국 앤더슨대학 교수), 이영조, 임지선(연세대학교 음악대학 학장), 전경숙 5인의 작곡가들에게 서울시합창단이 위촉한 곡이 초연된다.
공연장소는 서울시합창단이 상주하는 세종문화회관이 아닌 롯데콘서트홀이다. 롯데콘서트홀은 국내 최초로 클래식 전용홀에 파이프오르간을 설치한 클래식 전용 공연장이다. 5,000여개의 파이프로 구성되었고 설치에 3년이 걸렸다고 한다. 서울시합창단과 오르가니스트 정경희는 국내 최고 수준의 클래식 음악 건축 음향을 자랑하는 롯데콘서트홀과 이와 맞춤으로 구성된 파이프오르간을 통해 신비롭고 평화로운 음악, 영혼의 안식을 위한 음악을 만들어낼 예정이다.
이번 공연의 지휘를 맡은 서울시합창단 단장 박종원은 “이번 공연은 중세 음악의 전통에 기반을 둔 마스터피스 작품과 동시대 국내 작곡가들의 초연작을 함께 구성했다. 희망, 위로, 영원한 안식, 시대를 초월하는 아름다움 등 안온하고 숭고한 음악적 정서를 프랑스 인상주의 그림처럼 관객들에게 펼쳐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그널 : 오르간과 함께하는 합창음악」은 세종문화회관 홈페이지, 롯데콘서트홀, 인터파트 등 주요 예매처에서 예매할 수 있다.
오르간과 만난 합창음악, 시간을 넘어선 깊은 감동 기대
사람의 목소리로 만들어내는 합창과 오르간의 만남은 웅장함과 화려함을 동시에 자아낸다. 1947년 발표된 20세기 프랑스 인상주의 작곡가이자 오르가니스트 모리스 뒤뤼플레(Maurice Duruflé, 1902~1962)의 <레퀴엠>은 중세 그레고리안 찬트를 모티브로 단순한 멜로디에 화사한 화성이 어우러진다. 그의 부친에게 헌정한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애도의 느낌이 흐르고, ‘심판의 날’ 부분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성구 선택은 포레의 레퀴엠과 유사하다. 뒤뤼플레는 서정적 흐름에 있어 드뷔시적인 색채감을 소유하였고, 이것은 그 기초를 이루는 그레고리안 찬트와 그에 상응하는 성구 부분에 잘 나타타 있다. 이 작품은 오르간, 오케스트라 버전이 있으며 이번 연주는 오르간 버전으로 연주한다. 또한 거대한 오르간 도입부를 시작으로 환성적인 화음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1900년부터 여생을 노트르담 대성당의 오르가니스트로 지낸 루이 비에른(Louis Vierne, 1870~1937) 미사곡 중 키리에(Kyrie)를 만나 볼 수 있다.
5천여 개의 파이프로 소리를 섬세하게 구현하는 롯데콘서트홀의 파이프 오르간과 함께 펼쳐지는 합창음악의 진수를 경험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오르간은 오랜만에 국내 무대에 서는 오르가니스트 정경희가 맡았다. 연세대와 독일 뮌헨 국립음대를 졸업한 그녀는 한국 합창음악사에 화려한 꽃으로 피어올랐다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대우합창단과 월드비전, 서울 레이디스 합창단의 반주자를 역임했다. 현재 호주에 거주하며 음악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더 깊어진 그녀의 오르간 연주를 기대 해봐도 좋다.
프랑스 레퍼토리를 잇는 우리나라 정서 담아낸 위촉 곡 연주 이어져
작곡가 임지선은 동료 교수 신경숙(연세대학교 영문과 교수)의 시 <봄날>을 가사로 운율이 있는 합창곡을 만들어 냈다. 봄날이 햇살처럼 밝고 따스한 기운이 사람들에게 퍼져나가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작곡가 민경아는 어니스트 다우슨의 <They are not long(오래가지 않으리)>에 곡을 붙여 ‘영원하지 않은 세상에서 나에게 주어진 현재에 최선을 다해 살라’는 교훈적인 메시지를 담았다. 하늘의 소리를 위해 첼로를 사용했고, 희망적이고 밝은 부드러운 멜로디와 빠르고 불협화적인 표현을 통해 시인의 목소리를 강렬하게 전달하고자 했다. 작곡가 전경숙은 청산별곡에 대한 역사적, 문학적 의미를 재해석하며 관점을 바꾸어 작품을 바라보고 그들 속의 한 사람이 되어 1연과 2연으로 곡을 썼다. 청산별곡은 속요(민요에서 출발한)이기 때문에 <얄리 얄리 얄라셩>을 마치 민요처럼 쉽게 노래할 수 있도록 작곡했다. 어린이 합창과 남성합창으로 곡의 효과를 더했다. 작곡가 강종희는 16세기 조선에 허난허설과 비슷한 시기에 살았던 것으로 알려진 여류시인 이옥봉이 쓴 칠언절고의 한문시 <비>를 한글로 해석하여 가사로 썼다. 시에서 느껴지는 색체감과 비 내리는 풍경의 느낌, 담담한 듯 응축된 감성을 해금과 합창 등 현대적 음악 언어로 노래하고자 했다. 또한 과거 현대 기법을 혼합한 혼합주의적 양악전통을 계승한 작곡가 이영조의 <환희>는 쉽고 간단한 토속 선율을 바탕으로 2중, 3중의 복조성과 색감적 현대 화성을 넘나들며 우리 역사의 비애와 환희를 그리고 있다.
음악에는 수많은 기법과 표현 방법들이 있지만 시대와 작곡가에 따라 다양한 기법과 문화적 색채를 더해 현재에 이르렀다. 20세기 현대 작곡가 뒤뤼플레가 가장 오래된 노래를 모티브로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고, 이러한 영향을 받은 현재의 우리 작곡가들이 써내려가는 음악들은 여러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오늘날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노래, 중세 그레고리안 선율부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작곡가 5인의 창작곡까지, 롯데콘서트홀을 채우는 합창의 매력과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간을 넘어서 전달되는 음악의 신호, 그 힘을 경험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