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는 25일 공공기관의 일방적 거래행태 개선방안과 건설경기 활성화 과제를 담은 ‘공공건설 공사의 애로실태와 정책과제 건의문’을 발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상의는 건의문에서 “건설업은 연관산업이 많고 고용유발효과가 크지만 인구고령화, 부동산시장 성숙에 따라 큰 고비를 맞고 있다”며 “건설산업이 한단계 더 성장·발전하기 위해서는 과당출혈경쟁 자제, 담합행위 근절을 비롯한 업계의 혁신노력 뿐 아니라 공공부문의 법제도 준수와 거래행태 개선도 중요하다”고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건의문에 따르면 정부·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공사는 국내 건설시장의 40%(수주기준)를 차지하고 있지만 일방적 거래행태로 인해 건설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한상의는 “공공건설 특성상 예산절감을 우선하다보니 직접공사비에도 못 미치는 계약이 체결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특히 대형공사의 경우 지나치게 낮은 공사비로 적자감수가 예상되며 대형계약이 유찰되는 현상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대한상의가 관급시장에서 일방적 거래행태를 경험한 160개 건설사를 대상으로 공공발주기관의 무리한 거래행태 유형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불합리한 계약체결’(37.0%)을 겪은 기업들이 가장 많았다. 이밖에 ‘합의사항 미준수(33.4%), ‘계약에 없는 부담요구’(29.3%) 등의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기타 0.3%>

불합리한 계약체결의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과도한 책임부과’(34.7%)가 가장 많았고 ‘원가에도 못미치는 공사비 책정’(26.4%), ‘클레임 제기권리 제한’(19.4%), ‘적정수준을 넘은 품질보증의무’(13.9%) 등의 순이었다. <기타 5.6%>

대한상의는 “지난해 관급시장에서 턴키·기술제안 등 기술형입찰의 경우 발주기관의 인위적 공사비삭감·예산책정 등으로 수익성이 없어 유찰된 공사가 20건, 2조3천억원으로 전체 발주 건수의 64.5%, 전체 금액 대비 58.5%에 달하는 실정”(자료 : 한국건설경영협회, ’14.12)이라고 말했다.

이상승 서울대 교수(대한상의 자문위원)는 “관급시장이 국내 건설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건설사는 관계악화, 수주기회 타격 등을 우려해 불이익을 감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국내외 부동산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과도한 단가삭감은 건설사 경영에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품질저하, 유지보수비 상승 등 더 큰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합의사항 미준수를 겪었다는 건설사들은 ‘공사기간 연장비용 미반영’(46.2%), ‘불가피한 설계변경 불인정’(30.8%), ‘부당한 단가삭감’(16.9%), ‘대금지급 지연’(6.1%) 등의 애로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대한상의는 “’10년~’14년간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을 상대로한 공사 부대비용 소송이 32건, 청구금액 2,692억원에 이를 정도로 공사과정에서 추가비용 미지급 등으로 인한 분쟁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건설사업 법제도 준수현황 공개제도 도입’ 건의

대한상의는 공공건설의 일방적 거래행태 개선을 위해 공공건설사업시 발주기관의 법제도 준수현황을 공개하는 제도를 도입할 것을 건의했다.

공공건설사업 법제도 준수현황 공개제란 관급공사 발주기관별로 법·제도 준수 현황을 공개하고 기관평가시 그 결과를 반영토록 한 것이다. 실례로 미래부는 공공SW사업시 선진 발주문화 정착을 위해 108개 공공기관의 SW사업관련 법제도 준수율을 공개하고 모니터링 결과를 기관 업무평가의 측정지표로 반영하고 있다.

대한상의는 “공공SW사업 법제도 준수율 공개처럼 공공건설 사업에도 법제도 준수현황을 공개·모니터링하고, 정부·공기업 평가항목에 계약이행의 성실성, 건설사와의 분쟁여부를 반영한다면 관급시장에서의 일방적 거래행태 개선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건의했다.

‘제값 주고받기 풍토 조성’, ‘계약분쟁 해결제도 개선’ 건의

이어 대한상의는 공공건설의 제값 주고받기 풍토 조성도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지나친 저가낙찰을 방지하고자 기존 최저가낙찰제를 공사수행능력과 가격, 사회적 책임을 함께 고려하는 종합심사낙찰제로 개편을 추진하고 있으며 올 3월부터는 예정가격 산정시 기존 실적공사비가 아닌 표준시장단가를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입찰이후 비용절감을 목적으로 내부지침이나 특약을 통한 설계변경 단가 하향적용, 산업안전관리비 전가, 공사기간 연장의 추가비용 불인정 등은 좀처럼 고쳐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상의는 “부당한 단가삭감을 담은 내부규정을 폐지하고, 건설사에 책임이 없는 사유로 인한 공기연장 등에 따라 발생한 비용에 대해서는 대가를 제대로 지급하도록 기재부 총사업비 관리지침에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설분쟁 해결제도 개선에 대한 건의도 있었다. 현행법은 분쟁해결제도로 소송과 중재를 선택할 수 있으나, 대다수 공공기관이 중재보다는 소송을 택하는 실정이다. 대한상의는 “무분별한 소송과 상급심 진행으로 분쟁이 장기화되어 건설사는 사업지연, 대금미지급 등의 피해를 입고 있다”며 “신속 진행되고 법원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 중재제도가 좀더 활발하게 이용될 수 있도록 국가계약법 및 지방계약법의 분쟁해결 조항을 개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

‘민간투자 사업대상 포괄주의’, ‘한국판 그랜드 바겐’ 도입 건의

대한상의는 공공건설 거래행태 개선방안 외에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한 정책방안도 제시했다.

현재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은 민간투자 대상시설을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정하는 열거주의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와 관련 대한상의는 “열거주의는 민간의 창의적 제안을 막고 환경 변화에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며 “금지된 것만 명시하고 그 외는 모두 허용하는 포괄주의로 변경하여 민간투자 대상의 폭을 넓혀 줄 것”을 제안했다.

이어 대한상의는 “최근 국제유가 하락과 엔화 및 유로화 약세로 해외건설 수주에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공사 입찰담합 제재는 대외신인도 저하 등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영국의 그랜드바겐을 참고해 위반행위를 일괄 조사하고 조속히 종결하는 ‘한국판 그랜드바겐’을 도입할 것”을 요청했다.

영국의 경우 2009년 건설분야에서 관행적으로 이루어진 입찰담합(199개 공사)을 건별이 아닌 한꺼번에 조사하여 사업자에 대해 종합제재금(약2,300억원) 부과후 종결처리한 바 있다.

이밖에 대한상의는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해 ‘택지개발부담금 감면 연장’(개발이익환수법 개정안), ‘BTL사업 민간제안 허용’(민간투자법 개정안) 등 건설관련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건의했다.

전수봉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건설경기 활성화는 내수경제 회복에 중요한데 공사 부진과 일방적 거래행태로 인해 업계 애로가 크다”면서 “정부는 공공건설 공사의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고 민간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는 한편, 국회는 계류중인 건설규제 개선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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