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희 심리치료사
김선희 심리치료사

  프랑스 사회학자 귀스타브 르봉(Gustave Le Bon)이 1870년 보불전쟁의 군의관으로 참전 당시의 경험을 토대로 <군중심리>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때부터 사용한 용어로 군중심리(Herd Mentality)는 정보를 갖고 있지 않으면서 오로지 다수 사람의 선택을 따라가는 현상을 일컫는다. 르봉은 혼자 있으면 교양 있는 사람이지만 군중 속에서는 본능에 따라 행동하는 야만인이 된다고 했다. 가장 많이 보이는 예로 식당을 떠올려 보자. 식당 안에 손님이 많고 줄이 서 있는 가게와 손님이 하나도 없는 가게 둘 중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 아마 사람이 많은 집은 맛집이라고 생각하고 다수의 사람을 따라간다. 먹어보지는 않았지만 맛집이라 단정 짓는다.

개인이 모인다고 무조건 군중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개인이 모인다고 무조건 군중이 되지는 않는다. 조직적으로 군중이 움직이기 위해서는 어떤 자극이나 영향이 필요하다. 군중심리는 특정 감정이나 신념에 따라 집단 적으로 결합 된 상태다. 그렇기에 개인이 가지고 있던 의식이나 의견 등은 사라진다. 오로지 한 방향으로 집단의 의견과 신념이 형성되며 집단정신이 만들어진다. ‘동조(conformity)’는 압력이 있는 사회적인 규범이나 의견에 개인의 신념, 의견, 태도, 행동 등을 동화시킨다. 어떤 특정한 사건과 맞물려 집단 속으로 순응하는 행동 양식이다. 군중심리는 그들끼리 동화되어 간다. 르봉은 군중심리의 특징이 개인의 정체성이 상실되는 것, 막강한 감정 전염성, 눈의 초점이 흐려지고 이성적 판단이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했다.

군중심리는 ‘행동 편향(Action Bias)’을 나타낸다. 인간은 자신이 옳다고 믿기 시작하면 신념에 반대되는 증거가 나와도 믿지 않는다. 행동 편향은 우리 일상생활에서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 마주했을 때 가만히 있기보다 행동하려는 경향성을 가진다. 우리는 주변 사람, 기업, 단체 등 어느 정도에 특정한 편향을 갖고 있다. 쉬운 예로 대중들의 ‘팬덤’이 있다. 팬덤 문화 속에서 다른 집단끼리 깎아내리거나 갈등을 빚기도 한다. 인간의 군중심리는 생존본능과도 관련이 있다고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인간도 사회적 관계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인간은 집단 속에서 위험을 피하거나 도움을 얻을 수 있기에 지배적인 의견에 동조한다는 것이다. 군중심리가 무조건 안 좋은 영향을 준다는 것이 아니다. 다수의 사람이 자제력을 잃거나 비이성적인 행동만을 한다면 부정적이다.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가에 따라 사실은 긍정적 의미도 있을 수 있다. 사익 추구나 마녀사냥이 아니라 2002년 월드컵, 금 모으기 운동처럼 집단이 뭉쳤을 때 엄청난 긍정적 시너지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성적 추론이 통하지 않으며 그들 집단만의 고유한 심리적 특성을 가진다

이들은 이성적 추론이 통하지 않는다. 군중은 인원수가 많아질수록 자신의 집단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한다. 혼자서는 할 수 없었던 행동도 군중 속에서는 가능하다. 개개인의 실명보다는 익명성을 갖고 있기에 무책임하게 행동할 수도 있다. 또한 감정이 감염되면 하나의 목표와 생각만 최면에 걸리듯 홀린다. 감정이 지배되기 시작하면 옳고 그름을 가리지 못해 이성적 판단이 어렵다. 그로 인해 과격하고 극단적인 감정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집단의 생각이 배척당했을 때는 증오로 바뀌기도 한다. 비슷한 맥락으로 미국의 심리학자 ‘어빙 제니스(Irving Janis)’는 ‘집단사고(Group Think)’가 작용한다고 말한다. 집단사고는 집단의 응집력이 강해질수록 의사결정을 할 때 획일화된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다. 개인의 각각은 크게 의견을 가지지 않는다. 하지만 집단이 뭉쳐서 상당히 극단적인 의견이나 생각이 표현될 수 있다. 모두 익명성을 가지고 있기에 어떤 책임감을 느낄 필요도 없다.

사실 이런 군중심리가 무서운 이유는 무고한 사람들이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SNS에서 이루어지는 무분별한 댓글 테러, 가짜뉴스 등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빈번하게 있다. 사이버상에서 현재 사회적 문제와 관련 자극하는 문구들을 어렵지 않게 볼 것이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으면 가짜뉴스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특히나 악성 댓글로 인해 상처를 받거나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사이버 블링(Cyber Bullying)’은 엄연한 범죄며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최악의 영향의 군중심리는 악성 댓글로 인한 마녀사냥이 아닐까. 언제든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익명성이 주는 쾌감에 빠지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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