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물이 될 뻔했던 빈집이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안식처로 거듭났다. 중구(구청장 서양호)가 오는 19일 약수동에 '약수보금자리' 1호를 탄생시킨다. 약수보금자리는 오랜 기간 방치된 공가를 리모델링한 후 기초수급자들에게 저렴하게 임대해주는 것으로 올해 처음 시도한 중구의 주거복지사업이다. 약수동주민센터, 약수보금자리 주민협의회, 한국해비타트가 힘을 모아 추진했다.

이번에 완성된 약수보금자리 1호는 약수동 동호로8라길에 위치한 어느 다세대주택 가운데 한 세대다. 7평 크기에 욕실 겸 화장실이 딸려 있는 원룸 구조다. 세탁기, 냉장고, 인덕션, 에어컨, 밥솥 등 생활가전도 무상 제공됐다.

사업은 올 초 약수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회의에서 주민 건의로 싹 텄다. 약수동주민센터 관계자는 "재개발구역 안에 있는 다세대주택에 공가가 늘어나면서 슬럼화 되는 것 아니냐는 주민 우려가 많았다"며 "그러한 걱정도 덜고 어려운 이웃의 주거 문제도 해결하는 방안으로 시작하게 됐다" 고 설명했다.

약수보금자리 사업은 지난 4월 약수동주민센터가 대상지 5곳을 확보하고 해당 건물주가 5년간 무상 임대해주기로 하면서 날개를 달았다. 다만, 당장 누구를 들일 상태는 아니었다. 수년간 비어 있던 탓에 내부는 손을 봐야 했고 수리비용도 필요했다. 비용은 약수동주민센터에서 후원 기업을 물색해 마련하고 6월부터 1호 리모델링에 돌입했다.

약수보금자리 리모델링 공사에 나선 약수동주민센터 직원과 주민

공사에는 한국해비타트와 사업에 뜻 있는 약수동 주민들이 구성한 약수보금자리 주민협의회가 팔을 걷었고 약수동주민센터 직원들도 힘을 보탰다. 도배, 장판, 단열재, 배관, 출입로 도색 등으로 새 단장하고 무상 제공할 가전도 설치했다.

약수보금자리 1호 입주자는 독거노인인 박 모(남, 69세)씨다. 7년 전 사업 실패로 모든 것을 잃고 기초생활수급자가 된 그는 쪽방과 흡사한 공동주거시설에서 열악하게 지내다 약수보금자리와 인연을 맺게 됐다. 박 씨는 "저소득층 임대아파트 같은 곳에 가고 싶었지만 매번 조건이 안 돼 낙담하고 있었다" 며 "이런 집에다 살림살이까지 주어질 지는 꿈에도 몰랐다. 도와주신 분들께 너무 고맙다"고 소감을 전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입주자에게 매월 나오는 주거급여 21만원은 임대료 성격으로 약수보금자리 주민협의회에서 받는다. 이를 모아 저소득 가구 학생을 위한 장학기금을 조성하고 주거환경 개선사업에도 재활용할 계획이다.

현재 같은 다세대빌라 내에 2호도 조만간 완성을 기다리고 있다. 이곳은 7월에 공사를 시작했는데 전문업자의 코칭을 받아 약수동주민센터 직원과 주민들이 손수 시행했다. 인근 빌라에 계획한 3호는 이달 공사에 들어가 연내 완성할 예정이다.

구는 내년부터 매년 10가구씩 3년간 30개의 보금자리를 만들겠다는 목표다. 아울러 주민협의체는 내달 협동조합으로 새롭게 구성된다. 서양호 중구청장은 "주거복지는 생활 구정의 최고 가치 중 하나"라며 "이처럼 빈 공간을 재생하여 도시도 살리고 주민 삶도 끌어올리는 일을 다른 분야로도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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