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폭염으로 이번 여름을 누구보다 힘겹게 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1~2평 남짓한 좁은 방에서 생활해야 하는 쪽방촌 주민들이다. 가만히만 있어도 금세 옷이 땀에 흠뻑 젖는 날씨지만 세탁기 놓을 공간조차 없는 쪽방 주민들에게는 빨래를 하는 것도, 말리는 것도 결코 쉽지 않다. 겨우내 사용했던 두꺼운 이불과 옷가지들도 골칫거리. 부피가 커서 정리정돈이 쉽지 않아 가뜩이나 좁은 방을 더 좁게 만들고 바퀴벌레 같은 해충이 서식하기에도 좋은 조건을 만들기 때문이다.

1,061명의 주민들이 모여 사는 서울 동자동 쪽방촌에 폭염 속 빨래 문제를 해결해줄 반가운 공간이 새로 문을 열었다. 서울시와 KT그룹이 공동으로 조성한 ‘돌다릿골 빨래터’라는 이름의 빨래방. ‘돌다릿골’은 동자동, 후암동 일대를 부르던 옛 우리말 지명이다.

돌다릿골 빨래터 정문 사진

보기만 해도 시원한 파란 벽돌에 하얀색 옷걸이 모양의 간판을 한 이곳에서는 쪽방 주민들의 의류‧침구류를 세탁‧건조 후 진공으로 압축 포장해서 돌려주는 토탈 세탁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거동이 불편한 주민들에게는 집으로 찾아가 세탁물 수거부터 배달까지 해준다. 또, 앞으로 자원봉사자들과 연계해 당장 사용하지 않는 진공포장 세탁물을 보관할 수 있는 수납공간 설치도 지원할 계획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8명의 직원은 모두 동자동 쪽방촌 주민들이다. 시는 근로능력이 미약해 일자리 찾기가 어려웠던 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이들의 자활을 지원하고 지역 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다는 목표다. 이들은 시립동부노인전문요양센터 빨래방에서 관련 교육을 마쳤으며, 1주일에 소정근로시간을 정해 파트타임으로 일하게 된다.

‘돌다릿골 빨래터’가 문을 열기까지는 서울시와 시립 서울역쪽방상담소, 그리고 2014년부터 ‘동자희망나눔센터’를 설치하고 쪽방촌 지원활동을 꾸준히 펼치고 있는 KT그룹의 민관협업이 있어 가능했다. 올초 서울역쪽방상담소가 제안한 초기 계획서를 가지고 각 기관의 담당자들이 머리를 맞대 구체적인 사업으로 발전시켰다.

돌다릿골 빨래터 업무 사진

서울시는 동자동 ‘돌다릿골 빨래터’를 시범사업으로 실시하고, 효과가 입증되면 나머지 4개 쪽방촌 지역(돈의동, 창신동, 남대문, 서울역)에도 빨래터를 추가로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7일(화) 오후 3시45분 박원순 시장과 황창규 KT그룹 회장, 이재훈 온누리복지재단 이사장, 성장현 용산구청장 등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돌다릿골 빨래터’ 개소를 축하하는 제막식을 갖는다. 또, 사상 최악의 폭염을 이겨내고 있는 쪽방촌 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을 응원하는 작지만 의미 있는 행사도 동자동 새꿈어린이공원에서 연다.

박원순 시장은 동자동 쪽방촌에서 애쓰고 있는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주민들에게 시원한 수박화채를 나눠주며 쪽방 주민들이 느끼는 현장의 이야기를 경청할 예정이다. 또, 소방관들과 함께 바닥 열기를 낮추기 위한 살수작업에도 동참한다.

한편, 서울시는 폭염에 특히 취약한 쪽방촌 주민들을 위해 쪽방촌 무더위쉼터(총 6개, 1일 평균 140명 이용)를 당초 20시에서 22시까지 연장 운영하고, 소화전 살수도 1일 1회에서 2회로 확대운영 중이다. 또, 건강취약자 151명에게는 쪽방촌상담소 간호사가 1일 1회 이상 방문진료를 통해 특별관리 중이다.

박원순 시장은 “재난 수준의 폭염으로 주민들이 힘겨운 여름을 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는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서 이분들이 무사히 여름을 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서울시가 이런 행정을 펼칠 수 있는 기본적인 힘은 현장에서 말없이 땀 흘리는 관계자들과 민간기관 덕분이다. 앞으로 이분들의 노력에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그리고 쪽방촌 주민들을 위한 돌다릿골 빨래터가 효과적으로 운영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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