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0일 예술의 전당 IBK에서는 코리아 아트빌리티 체임버의 '장애 비장애 통합 다원예술 콘서트'가 열렸다.

코리아 아트빌리티 체임버는 2015년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인가된 대한민국 최초의 장애 비장애 통합 오케스트라로 장애인들의 연주 능력을 실현시키고 그들이 안정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돕는 공연예술 단체로, 현재 15명의 장애 단원과 16명의 비장애 단원들이 함께 활동하고 있으며 장애 작가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는 다원예술 콘서트,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친근한 곡들로 구성된 <꺼내먹는 클래식>, 그리고 찾아가는 맞춤형 콘서트 위주의 공연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젊은 예술가 단체이다.

이날의 공연에서는 특별히 KBS 이선영 아나운서의 해설로 진행되었으며, 소울음 아트센터의 미술가들의 작품과 함께 공연이 펼쳐졌다.

사단법인 소울음아트센터는 1992년에 설립되었으며 선천적, 후천적 장애를 입으신 장애인분들이 그림을 통해 다시 사회에 복귀하고자 노력하는 비영리단체로 우리나라에 장애인들이 모여 서양화, 수채화, 크로키, 뎃생 등을 공부하며, 언제나 자유로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유일한 곳으로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공간이다. 1992년 장애인 그림공간 소울음 화실 개관 이후 2018년 까지 단체전 및 개인전 200여회의 전시를 이어 오면서(장애인의날 ‘안양시청초대전’, 제23회 일어서는 사람들의 기록전, 안양축제 ‘안양시민과의 만남전’ ‘장애인아트페어’ 등 매년 10여회 전시), 국내 최초 장애인 미술교육기관으로 40여명의 회원들이 이곳에서 그림을 배우고 전시회에 출품함으로, 그림으로 장애를 극복하고, 살아가는 힘을 예술에서 찾아가는 인내의 공간이기도 하다.

양여천 시인이 쓴 해설의 스크립트를 통해 웃음과 감동의 도가니였던 공연장의 열기를 갈무리 해본다. 

 

  #0. 인사말

미국에서 다운증후군을 안고 태어났으나 헐리우드 명예의 전당에 오른 배우 크리스 버크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장애물이란 목표에서 눈을 돌렸을 때 보이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이번 연주회를 준비한 코리아 아트빌리티 쳄버의 멤버들도 모두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목표가 있을 때 어차피 우리는 똑같은 시작점에 놓여 있을 뿐입니다. 얼마만큼 더 뛰어야 할지가 다를 뿐이죠. 그래서 이들은 음악을 더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가야할 목표가 같다면 어차피 그 길에서 모두가 같은 것을 겪어야만 하는 것이니까요. 

성인이 된 장애인 연주자들을 후원하지 않겠다는 사람들 앞에서 코아쳄의 젊은 연주자들은 외쳤습니다. 'Why Not?' 그리고 지금은 당당히 함께 무대에 서서 말합니다. 'Do it best!' 

이제 여러분들은 이 자리에서 보게 될 것입니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그저 단순한 하나의 목표가 그 어떤 어려움도 즐겁고 신선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음악이 되고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이죠.

 

 #1. 에드바르드 그리그 '홀베르그 모음곡' OP40

첫 곡으로 들려드릴 곡은 에드바르드 그리그의 홀베르그 모음곡입니다. 

이 곡은 1884년에 처음 작곡된 곡으로 홀베르그 남작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서 쓰여진 곡입니다. 원래 제목은‘홀베르그의 시대’로부터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훨씬 더 오래전 시대인 바로크풍의 활기찬 리듬이 사용되었구요. 거기에 더해 노르웨이 작곡가답게 북구의 애수어린 감성이 묻어나고 있습니다. 홀베르그 남작은 우리나라로 치면 홍길동전을 쓴 허균 선생님과 같은 분이었다고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도 200년 전 조선시대에는 오히려 장애인들에게도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주려고 했었다고 합니다. 장애를 가진 분들은 선천적인 것이 아닌 후천적으로도 더 많이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될 수가 있는 것인데, 일반 사람들은 그렇게 정상인이 가지고 있었던 기회를 잃어버리고 살아가야 할 그들의 삶을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지요. 그러기에 장애 아동들만이 아닌 성인이 된 장애인들에게도 많은 일자리의 기회가 주어져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인식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저희 클래식의 젊은 연주자들은 그들과 함께 하는 무대의 자리를 나누어 갖고 있습니다. 그것이 이번 연주를 준비한 코리아 아트빌리티 스트링 앙상블입니다.

 

 

#2. 까미유 생상 '동물의 사육제’

여러분들은 혹시 '미술관 옆 동물원'이라는 영화 제목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왜 하필 미술관 옆에 동물원이 있다는 것인지, 하지만 그 특이한 제목이 잊히지 않았던 그런 영화가 있었습니다. 오늘 저희가 듣게 될 이곡도 그런 특이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프랑스의 작곡가 까미유 생상의 '동물의 사육제'라는 곡인데요. 사육제라는 카니발에서 한 마리씩 등장하는 동물들을 악기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클래식 악기와 음악으로 동물들의 우스꽝스러운 움직임과 울음소리를 표현한다. 그것이 과연 어떤 느낌일지 연상이 되시나요? 그래서 좀 더 상상하기 쉽도록 특별히 동물관 옆에 있는 그 미술관에서 그림들을 준비해보았습니다. 소울음아트센터 화가분들이 저희의 무대에 함께 참여해 주셨는데요. 이 분들은 모두가 선천적, 후천적인 장애를 이겨내고 그것을 미술로 승화해 내신 분들입니다. 그림으로만 이분들을 만나게 된다면 정말 천재적인 화가 분들이 참 많이 계십니다. 저희 연주자분들도 마찬가지이구요. 음악으로, 미술로 만날 때는 아무런 선입견과 편견이라는 옷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제 그럼, 과연 클래식 악기들이 얼마나 다양한 동물들의 성대 묘사를 할 수 있을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코리아 아트빌리티 체임버, 피아노에 박미정, 문정재, 지휘 조용민, 그림 소울음 아트센터의 작품입니다.

 #3. 장민호 'Now I See’

'절망은 / 우리의 눈을 흐릿하게 하고 / 우리의 귀를 어둡게 한다 / 우리는 / 파멸의 환영밖에는 볼 수가 없고 / 우리의 마음을 / 어지럽히는 소리만 들을 수 있다 / 그러나 / 힘겨운 장애와 역경을 / 이겨 내는 것은 / 편안함에 눌러앉아 있느니보다 / 고귀한 일이다. / 죽는 순간까지 / 등불 주위를 맴도는 나방이 / 캄캄한 땅굴 속에서 사는 / 두더지보다 더 훌륭하듯이' 

레바논의 시인이자 화가였던 칼릴 지브란의 이 말은 아마 이 곡을 잘 표현한 글이 아닐까 싶습니다. 장민호 작곡가님의 'Now I See' 는 바로 그 절망밖에 보이지 않던 그 순간의 고통 속에서 만들어진 곡입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것만을 보고 들을 수 있는 것에만 귀 기울인다면 희망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을지 모르고 고통의 탄식으로 밖에는 노래할 수 없을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희망에 눈을 뜨며 그 희망을 노래합니다. 그 희망으로 소통하는 미술가들의 이야기가 함께 합니다. 바리톤 안갑성 'Now I See'


  #4.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짜르트 '마술피리' K620
  #5. 요한 슈트라우스 2세 '봄의 소리 왈츠' OP410

이제 두 곡을 연이어 들려드리려 하는데, 먼저 플루트라는 악기를 알고 계신가요? 그 소리는 마치 새들이 날아와 지저귀다가 솜털구름을 매만질 것 같은 천상의 소리라고 합니다. 무언가 마술이라도 부릴 수 있을 것처럼 반짝 반짝거리는 마법의 피리에 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모짜르트는 그 유명한 오페라 ‘마술피리’를 작곡했는데 그것을 저희는 진짜 피리로 연주해볼까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모짜르트는 사실 플루트를 싫어했다고 합니다. 그때의 플루트는 지금처럼 폭넓은 연주가 무척 힘들었거든요. 

이어질 또 다른 곡은 이번엔 왈츠입니다. 왈츠는 잘 알고 계시다시피 춤곡입니다. 4분의 3박자의 춤곡 왈츠는 올 듯 오지 않고 갈 듯 가지 않는 살랑거리는 꽃과 같은 리듬을 가지고 있습니다. 남녀 두 사람이 서로를 안고 원을 그리며 꽃이 피는 봄처럼, 계절도 기다리면 오지 않고 올 듯 오지 않는 밀당으로 사람의 애를 태우는 것이니까요. 이제 들으실 이 유명한 '봄의 소리 왈츠'는 마치 화려하게 군무를 추고 있는 꽃들이 무리지어 한꺼번에 화려하게 피어나는 느낌입니다. 사실 왈츠의 왕이라고 불리울만큼 많은 왈츠 곡을 작곡했던 작곡가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사실 왈츠를 전혀 추지 못했다고 합니다. 플루트를 싫어했던 작곡가가 쓴 ‘마술피리’와 왈츠를 추지 못했던 작곡가가 썼던 왈츠, 다른 사람들은 장애물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클래식에 있어서는 그저 하나의 아이러니에 불과할 뿐입니다. 그것이 저희들이 클래식을 사랑하는 이유인 것이죠. 모차르트의 ‘마술피리’는 코리아 아트빌리티 플루트 앙상블, ‘봄의 소리 왈츠’는 코리아 아트빌리티 윈드 앙상블, 지휘에 윤염광입니다.

  #6. 표도르 일리치 차이콥스키 '어린이 앨범' OP39

이제 벌써 마지막 순서가 되었는데요. 마지막으로 들려드릴 곡은 차이콥스키의 ‘어린이 앨범’입니다. 이곡은 제목 그대로 어린이들을 위한 음악으로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소주제로 가득합니다. ‘엄마’, ‘목마놀이’, ‘나무 병정들의 행진’, ‘새 인형’, ‘인형의 장례식’ 같은 제목만 들어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관심사가 다 모여 있는 것 같지 않습니까? 지금까지 저희 앞에 펼쳐졌던 음악과 그림으로만 놓고 볼 때 제가 느낀 것은 ‘즐거워하는 것에 대한 열정에는 아무런 장벽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장애를 가진 분들이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그들을 장애인이라고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어린 아이들이 함께 뛰어 노는 자리에서 보면, 서로가 그저 개성이 좀 다른 친구일 뿐이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음악을 하기 위해 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악기들을 붙잡고 씨름하면서, 그림을 그리기 위해 제대로 그려지지 않는 삐뚤빼뚤한 선을 바로잡으려고 애쓰면서. 코아쳄의 멤버들은, 소울음 아트센터의 화가들과 선생님들은 그렇게 어린아이들처럼 친구가 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어린아이들끼리, 친구 사이에 다르다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매우 내성적이고 섬세한 사람이었던 차이콥스키는 그래서 아이들을 좋아했고 아이들과 친구가 되고 싶어서 이런 곡을 만들어 준 것이 아닐까요? 유명한 무용극 ‘호두까기 인형’과 같이 차이콥스키는 아이들도 좋아할 수 있는 클래식 음악을 많이 작곡했는데 그의 곡은 듣기에는 쉽게 잘 들리지만 연주하기에는 매우 까다롭기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그런 점이 코아쳄의 공연에는 잘 어울리는 것이지요. 

어린아이들처럼 순수하면서도 열정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음악, 앞으로도 저희 코아쳄의 무대는 계속해서 그러한 음악의 영역에 계속해서 도전해 나갈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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