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의 다수를 차지하는 소형견에서 호발하는 병

VIP동물의료센터 외과 과장
안승엽수의 외과학 박사

<VIP동물의료센터 안승엽 외과 과장>

슬개골 탈구’.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분들이라면 분명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병명이다.

‘쓸개골 탈구’로도 잘못 불리거나 쓰이기도 하지만, 쓸개(담낭)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이 슬개골은 무릎관절에 있는 동그란 모양의 뼈이며, 무릎뼈라고 불리기도 한다.

무릎을 구부리고 펼 때, 슬개골이 본래 위치인 활차구를 벗어나지 않고 움직이는 게 정상적인 상태라면, 슬개골 탈구는 슬개골이 활차구에서 빠진 상태로 비정상적인 무릎관절 운동을 하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슬개골 탈구가 보호자분들 사이에서 가장 유명한 정형외과 질환이 되었으니, 그 이유인즉슨 우리나라 반려동물의 다수를 차지하는 소형견에서 호발하는 병이기 때문이다.

사실 여기까지는 많은 보호자분들이 알고 계실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알맹이는 슬개골 탈구라는 질환이 단순히 정상위치에서 벗어난 슬개골의 탈구상태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슬개골 탈구로 인한 무릎관절 건강상태의 점진적인 악화에 더 신경을 써서 보아야한다는 것이다.

슬개골이 탈구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탈구되는 그 순간의 통증이 있을 것이고, 탈구된 상태에서는 무릎관절이 비틀린 상태가 되어버린다.

이렇게 비틀린 상태로 무릎을 오래 쓰다보면 무릎관절을 구성하는 연부조직의 변형 및 퇴행성 관절염이 속발되게 된다. 또한, 퇴행성 관절염이 만성화 되면 수술을 받더라도 관절염으로 인한 불편감과 통증은 지속돼 장기적인 관리까지 해주어야한다.

따라서 ‘우리 아이가 슬개골 탈구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수술을 꼭 해야하나?’ 라는 상황에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환자의 슬개골 탈구의 심하기가 어느 정도인지 꼼꼼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슬개골 탈구는 일반적으로 4단계로 나눠서 진단된다.

 

1단계: 평상시에 슬개골이 거의 탈구되지 않지만 인위적으로 탈구를 유발하면 빠지는 상태. 하지만 탈구를 유발하는 힘이 없어지면 곧바로 정상 위치로 환납된다.

2 단계: 평상시에는 정상 위치에 있는 슬개골이 일상 생활을 하는 동안 종종 탈구되고 환납되기를 반복하는 상태.

3 단계: 평상시에도 슬개골이 탈구되어 있는 상태. 인위적으로 환납을 시키려 하면 환납되기도 하지만, 이내 다시 쉽게 탈구가 일어난다.

4 단계: 항상 탈구가 되어 있으며, 인위적인 환납조차 불가능한 상태.

 

슬개골 탈구 1 단계라면 수술이 필요한 단계는 아니지만, 3, 4 단계로 진단이 되었다면 당장은 임상증상이 심하지 않더라도 수술을 지체할 수록 무릎 건강 상태가 더 악화돼 술 후 예후가 상대적으로 좋지 않기 때문에 수술로써 빨리 바로 잡아주는 것이 좋다.

보호자분들의 고민이 가장 많은 단계가 2 단계인데, 이런 경우에는 대개 임상 증상이 기준이 된다. 산책 도중 아이가 뭔가 불편함을 호소하면서 뒷다리를 뒤로 뻗거나 평상시와는 다른 걸음걸이를 보인다면, 그리고 그 증상 발현 빈도가 점점 늘어간다면, 무릎관절 건강상태가 서서히 나빠질 것이기 때문에 수술적인 도움을 받는게 장기적인 예후로서는 가장 좋을 것이다.

우리 아이가 슬개골 탈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 몇 단계에 해당되는지 반드시 수의사의 진단을 받고, 어떤 치료 및 관리가 필요한지 상담을 받아보길 바란다. 무릎의 복잡한 구조 및 기능만큼이나 슬개골 탈구 환자들의 치료 계획 수립에는 여러 요소들이 고려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서울시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