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96% "계속 송파에 살고 싶다"

 96%. 우리 지방자치 역사에서 무려 96%의 주민이 계속 살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 계량화된 주민들의 정주의식은 공공서비스에 대한 만족도와 직결되는 수치이기 때문이다. 주민 열 명 중 일곱 여덟 명만 긍정적인 답변을 받아도 호평이라고 할 수 있는 터, 거의 대부분의 주민들이 만족감을 표시한 도시가 있다. 서울 송파구의 얘기다.

 “저희 송파구의 캐치프레이즈가 ‘앞서가는 송파, 당신을 담습니다’입니다. 구정의 모든 분야에서 앞서가는 선진행정을 펼치겠다는 다짐,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 주민들의 생각을 구정에 담겠다는 의지가 표현된 거죠. 임기 막바지지만, 그동안 이런 구정 철학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더 주민 속으로 들어가고 있어요.”

 
 박춘희 송파구청장의 소통에 대한 의지는 단호했다. 말로만 하는 소통이 아닌 주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정을 해 나가기 위해 과감히 구청의 문턱을 낮췄다. 사소한 의견이라도 구정에 반영하고자 노력했고, 특히 어려운 이웃들의 목소리에는 더욱 각별히 귀를 기울였다. 9전 10기의 늦깎이 변호사에서 행정가로 변신한 박 구청장의 힘은 바로 이 소통에서 나왔다.

 “행정 경험 부족에 대한 지적은 취임 초기, 아니 공천 과정에서부터 많이 들어왔습니다. 저는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이렇게 대답합니다. ‘우리 구청에는 20년, 30년 이상 행정 최일선에서 근무한 전문가들이 많다. 또 송파구 주민들의 수준이 보통이 아니다. 어떤 민원이든지, 과제든지 우리 직원들과 주민들의 생각을 더하고, 힘을 합치면 못 할 일이 없다고 본다.’ 이렇게 확신을 가지고 대답하면, 거의 수긍을 하는 분위기입니다. 말 뿐이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하니 지난 3년 반 동안 정말 많은 분들의 도움과 합력을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박 구청장의 소통은 유연함이 최대 강점이다. 그때그때 상황과 형편에 맞춰서 자세와 형태를 달리한다.

 “그동안 여러 행사를 다니면서, 많은 분들을 만났고, 소통도 많이 했는데, 그러다보니 들리는 소리만 들리고, 만나는 분들만 만나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더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데 한계가 좀 느껴져서 안 되겠다 싶어 패러다임을 전환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이동구청장실. 올해 송파는 14개 동을 대상으로 이동구청장실을 진행했는데, 동마다 세부 일정이 다 달랐다. 그러다 보니 구청장 입장에서는 평소에 보기 힘든 주민들도 만나고,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을 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어린이집에 가서 아이들한테 책을 읽어 준다던지, 마을문고 회원들과 티타임도 가졌다. 초등학교 급식 봉사도 했다. 자치회관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주민들과 소통하느라 노래도 부르고, 춤도 배웠다. 장애인 재활작업장이나 경로당, 노인요양원도 빼먹지 않고 챙겼다. 복지관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들과도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구청장실 바로 옆에 소통민원실도 마련했다. 본격적인 운영은 올 3월부터였는데, 지금까지 소통민원실을 통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2천 2백건의 민원을 처리했다. 단순 민원불편신고부터 구청장실을 찾아오신 민원인들, 또 전화로 접수하신 분들까지 모두 직 간접적으로 소통을 한 것. 구청장을 꼭 만나기 원하시는 민원인들은 금요데이트라고 별도 시간을 내서 직접 만나서 얘기도 나눴다.

 “돌고 돌아서 들려오는 얘기가 주민들이 일단 구청장을 만나보니까 분위기를 편하게 해줘서 좋았고, 또 민원 해결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얘기를 합니다.”

 현장에서 이뤄지는 주민들과의 소통은 주민 모두가 행복한 도시 송파를 만들기 위한 구정 추진의 훌륭한 징검다리가 됐다. 그 열매는 국내외에서의 수상과 칭찬으로 돌아왔다.

 “유엔과 유럽연합, 그리고 영국왕실에서 주는 5개 친환경도시 국제대회에서 거의 상을 휩쓸다시피 했습니다. 송파나눔발전소의 안정적인 운영, 세계 최초의 기후변화인지예산제, 또 워터웨이 프로젝트라든지, 주민 위주의 친환경 녹색경영전략이 주효했어요. 2011년 송파에서 열린 유엔환경계획 인증 살기 좋은 도시 대회인 리브컴 어워즈에 참가한 77개 도시 대표단들도 송파의 환경에 대해 격찬을 했습니다.”

 
 박 구청장의 또 다른 자신감은 창조 행정에서 나온다. 소통을 통해 주민들의 좋은 아이디어를 모으고, 구정에 반영하다보니 다른 자치단체에서 엄두도 못낸 사업들이 송파에서는 ‘최초’라는 이름으로 시도됐다. 창조 행정의 좋은 예다.

 지난해 3월 지정된 잠실관광특구는 서울 다섯 번째 관광특구지만, ‘서울 최고 높이, 최대 면적’, ‘강남권 최초’를 자랑한다. 잠실특구는 롯데월드타워, 석촌호수, 방이맛골, 올림픽공원을 포함하는 다양한 인프라를 자랑한다. 2016년 준공을 앞둔 123층 롯데월드타워는 송파를 찾는 관광객 500만 명 시대를 이끌 서울의 랜드마크가 된다. 서울 유일의 호수인 석촌호수와 수변 카페거리를 비롯해 역사와 문화, 자연과 레저가 결합된 올림픽공원도 훌륭한 관광 자원이다. 자칫 각개전투가 될 뻔 했지만, 박 구청장은 이를 관광특구로 엮으면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다.

 “이제는 케이뮤지컬이 새로운 한류로 주목받지 않습니까. 그래서 서울 자치구 최초로 뮤지컬도 제작했습니다. 미스터 온조라고. 최근 2차 공연에 돌입 했습니다. 한성백제의 건국 신화와 온조대왕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뮤지컬입니다. 저도 뮤지컬을 좋아해서 직접 가서 봤는데, 옛날의 이야기지만 현대적인 감각으로 잘 풀어낸 것 같고, 다른 뮤지컬들에 비교해도 훌륭한 작품인 것 같아요.”

 그런가하면 개관 초읽기에 들어간 송파 산모건강증진센터 역시 창조 행정의 산물이다. 전국 최초로 시도된 송파 산무건강증진센터는 27실의 산모실과 신생아실에서 산모들 개개인들을 위한 맞춤형 산후조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단순히 산후조리의 기능을 넘어 산모의 산전․후 건강관리 및 육아 관리법 교육, 임신․출산․육아 전반에 대한 교육, 행복한 가정을 위한 남편의 역할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산부인과 전문의 등 전문 인력도 배치해서 토털 케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장지동에 마련된 지상 5층, 지하 2층 규모의 신축 건물은 중앙정원형으로 설계해 자연채광 및 시야확보를 통한 내부 공간별 개방성을 유지했다. 옥상정원을 비롯해 지하층까지 자연채광이 가능한 선큰가든도 설치됐다. 산모의 빠른 회복과 신생아의 건강을 고려해 모든 자재 역시 친환경 인증자재로 시공했다.

 박 구청장은 “(송파 산모건강증진센터는) 민간 산후조리원의 고비용 문제에 경종을 울릴 수 있을 것”이라며, “수준 높은 산후조리서비스를 제공해 공공 산모건강증진센터의 롤모델이 되고, 또 출산친화적 조성에도 일조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약 6개월의 임기를 남긴 박 구청장에게 소회를 물었다.

 “벌써 세월이 그렇게 지났다는게 서운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합니다. 그동안 칭찬도 많이 받고 격려도 받고 했지만, 혹시나 제가 미처 살피지 못한 분들은 없는지, 잊고 지나간 얘기들은 없는지 계속해서 떠올리고 있습니다.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해서 나태해지거나 그러진 않을 겁니다. 언제가 될 진 모르겠지만 마지막 남은 하루까지 최선을 다해서 주민들을 위한 일을 할 생각입니다. 무감어수 감어인(無監於水 監於人), 무슨 일을 하든지 주민들에게 비춰보겠다는 초심을 잊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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