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학적인 소양이 드라마 질 좌우"

   
 

 

  최근 기자는 중국 북경을 방문하는 일이 있어 갔는데 교포는 물론 중국인들에게 `소문난칠공주`가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데 놀라웠다. 특히 중국에서 `미칠이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최정원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다. 국내에 들어와 `소문난 칠공주`를 살펴보니 배경수 연출에 문영남 작가가 집필한 것으로 총80부작 주말드라마이다.

  줄거리를 보면 딸 부잣집 이야기이다. 단지 딸만 많은 집이야기가 아니라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 여자들의 모습을대변하는, 성격과 개성이 다른 네 자매 스토리다. 덧붙여, `칠`공주는 일곱 명의 딸이라는 뜻이 아니라. 네 자매의 돌림자 `칠`을 의미한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유머를 가미한 홈드라마지만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스토리로 웃음과 눈물이 교차하도록 한다.

  군인 출신의 평범한 가장인 나양팔(박인환)의 네 딸들, 덕칠, 설칠, 미칠, 종칠이 바로 그 주인공들로 `소문난 칠공주`는 이들 네 자매와 그녀들을 둘러싼 이들 간의 달라도 너무 다른 인생사를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자`들의 삶의 단면을 보여주고, 그 단면들에 의해 깨닫게 되는 다양한 삶의 의미들을 그려낸 작품이다.중국인기에 대해 배경수 PD는 아마 여군장교가 주인공으로 등장해 더욱 인기를 끌지 않아나 했다.

 배경수 PD는 힘들고 어렵지만 이를 극복하는 따뜻한 인간애로 승화하는 연출색깔을 보여주고 있다. `소문난 칠공주`가 그렇고 `태양의여자"가 그렇다. 배경수 PD는 94년에 KBS에 입사하여 7년 동안 조연출하면서 연출수업을받았고 2001년에 정식으로 데뷔했다. 14년 동안 연출자로서 경력을 쌓은 업계의 베터랑이다. 그는 단막극으로 데뷔하여 `세상끝에서 만나다`, `감포비가`, 벚꽃나무아래서` 등을 포함 15편을 제작했다. 아울러 아침드라마 `언제나두근두근`, `장미울타리`, 주말연속극인 `결혼해주세요` 등 총400편에 참여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에 대해 배경수 PD는 `태양의 여자`,`장밋빛 인생`,`신데렐라이야기`, `소문난칠공주`을 꼽았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소문난 칠공주`가 출세작으로, `태양의 여자`는 색깔을 보여준 작품이라 했다. 배경수 PD와 통통 튀는 캐릭터로 발랄하게 일상을 그려냈던 김인영 작가는 `태양의 여자`를 통해 상당히 수준 높은 통속극의 절정을 선보였다.

 특히 `태양의여자`는 수목드라마에서 침체기를 보이고 있었던 KBS에 일대 전기를 마련해준 작품이다. 극 초반 시청률 7%에서 시작하여 매회 상승하면서 종반에는 30%의 시청률로 회사에 수익을 물론 `아이리스`,`신데렐라언니`, `추노`, `제빵왕 김탁구`로 이어지는 KBS 수목드라마 중흥의 단초를 제공해준 작품으로 의미가 크다.

  미니시리즈 태양의 여자는 서로가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인, 피가 섞이지 않은 두 자매의 이야기이다. 그들의 사랑과 욕망, 복수와 용서 그리고그녀를 사랑하는 두 남자를 통해 궁극적으론 인간애를 그려보고 싶었다고 배 PD는 말한다. 살면서 단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또는 간절히 원했던 아니면 피하고 싶었던..... 인생의 가장 뜨거운 순간에 맞닥뜨린 두여자 이야기인 `태양의여자` ‘어찌하여 앞길이 보이지 않게 사방을 에워싸 버리시고는 생명을 주시는가’ (구약성서 욥기 3장 20~23절) 이 성경구절로 배PD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의미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삶 자체가 통속적 일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연출자와 작가의 시선에 따라 작품의 질은 달라진다는 것을 `태양의 여자`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방향을 바꿔 보도종편 신설에 대해 그는 시장의 확장성에 점수를 주었다. 종편이 생기기전에는 KBS를 비롯 3개사가시장을 선점했으나 한류 등의 영향으로 드라마시장이 확장되고 있으며 종편참여로 계속 확장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KBS드라마는 대하역사드라마,일일연속극을 제외하곤 외주제작사들에게 거의 의존하고 있으며 방송사는 시설 및 인원을 제공하고 있다한다. 문제는 작가의 저변확대라는 것이다. 역량 있는 작가 층이 두터워야 드라마가 사는데 아직은 작가 층이 좁고 특히 남성 작가들의 활동이 미미해 걱정이라고 배 PD는 말한다.

 외주 제작 등으로 제작주체가 다양화되어 감에 따라 PD의 역할도 예전에 혼자 하던 체제에서 역할분담으로 전문화되어가고 있다 한다. 향후에는 기획을 하는 PD역할이 커질 것이라 에측하는 가운데 어떤 상품을 개발할 것인가? 즉 기획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다. 책임프로듀서 역할을 3년 정도 한 배 PD는 넒어진 시장을 이끌어가는 작가와 연출자 양성이 시급한 과제라고 진단한다. 한국시장의 확대보다는 동북아시아 시장이 블록화되면서 이들 시장을 겨냥한 기획작품이나와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자금의 국내유입이 급증하고 있다는 배 PD는 이미 문화적인 측면에서 동북아시장은 하나의 시장으로 형성되고 있고 개방되어 있어 관계자들의 시야확대를 주문한다. 문제는 시장확대와 좋은 컨텐츠를 제공하는 것은 별개라는 것이다. 좋은 컨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배PD는 강조한다. 그간 KBS는 육군사관학교의 역할을 했다. 그는 KBS가 수많은 인재배출을 통해 방송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고 자부했다.

 종편의 선정으로 경쟁격화가 예상되고 이로 인해 선정성 강화에 따른 질저하 우려를 전망하는 사람도 있다. 이에 대해 배PD는 양이 많아지면 질도 좋아질 것이라 말한다. 생존전략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도태는 불가피할 것이고그에 따른 대응을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향후 기획한 작품에 대해 배 PD는 올 11~12월중에 나올 것이라 했다. 그간 구상한 모티브는 아마데우스라고 한다.

 기획의도는 재능에 관한 성찰이다. 인간은 생을 살면서 신의 선물이라 생각하는 재능을 가진자와 그렇지 못한 자로 분류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번쯤 평범한 남과 다른 나를 꿈꾸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선 대다수 사람들이 평범하며, 그들만의 행복을 누리고 살고 있다. 천재적 재능이라는 것은 얼핏보면 축복을 받은 것처럼 보여 지지만, 오히려 긴 삶의 여정을 살아가는 과정에선 너무나 무거워 감당하기 어려운 짐이 되는 모습들을 우리는 불행한 천재들의 이야기에서 자주 볼수 있다.

 결국 `성공적이고 행복한 삶은 재능과 상관 없으며, 자신이 목표로 하는 꿈을 향하여 조금씩 천천히 다가서는 과정`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보여 주고 싶다는 게 배PD가 말하는 드라마의 컨셉이다. 배우를 섭외하고 있다는 배 PD는 클래식음악을 안방으로 들여오는 `음악드라마`이기 때문에 제작기간이 다소 길 것이고 제작비 또한 꽤 많이 든다고 걱정한다. 걱정도 많이 하고 있다.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은데 매번 할 때마다 책임감이 크다는 그는 시청자들에게 무언가 메시지를전해주면서 재미있고 좋은 작품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다.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좋은 작품이 나오기 위해서는 연출자가 인문사회학학적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작가는 노력보다는 천재성에 점수를 준 배 PD는좋은 생각을 가진 인문학적 소양이 두터운 인재가 방송에 들어올 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이들의 맨파워가 결국 시장의 질을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좋은 드라마에 대해 정보와 정서적경험이 결합되어야 하나 말 같이 쉽지가 않다고 한 배 PD는 한국의 근·현대사를 다루는 대하드라마를 하고 싶으나 여러 가지 장애가 많다고 한다. 일본의 대하드라마가 성공 한 것은 성공적인 근대사였기 때문이지만 우리는 실패한 근대사이기 때문에 지금껏드라마에서 제대로 다루어져 본적이 없다고 말하면서 언젠가는 한국의 근현대사가 안방극장에 선보이는 희망을 얘기한다. 작품과 시청률 관계에 대해 그는 시청율이 나쁘면 그만한 이유가 있고 너무 높아도 문제라는 것이다.절대다수보다는 보는 사람들이 좋은 드라마라는 평가를 듣고 싶다고 했다.

 두렵고 예측할 수 없어 매번 걱정을 하고 있다는 배경수 PD. PD와 연기자와의 관계에 대해 아직도 PD가 왕처럼 군림하고 있다는 시각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연기자, 연출자, 작가, 스텝이 각자의 역할 통해 조화를 이루어야만 좋은 작품이 나온다는 것이다. 훌륭한 연출자는 연기자의 능력을 200%이상 발휘할 수 있는 리더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연기자가 평온한 마음을 가지고 작품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연출자의 능력이라는 것이다. 그는 협업을 하는 사람들의 내면을 끄집어낼 수 있는 연출자가 좋은 연출자라고 힘주어 말한다. 결국 사람 그리고 인간애가 필요하다고 한다.

  어느덧 외길을 달려와 중견 연출자로 자리 잡은 그는 `좋은 드라마`를 그리고 마지막까지 PD인생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다. 올 하반기에 나올 `음악드라마`의 색깔이 궁금하다. 그가 궁극적으로 추구하고자 것은 무엇일까. 하반기 작품이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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