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해외지점 직원들이 도와

‘땅콩 회항’ 및 ‘물벼락 갑질’ 논란으로 유명한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자녀가 수년에 걸쳐 명품 핸드백 등을 밀반입했다는 제보가 나왔다.

 

특히 이 과정에서 대한항공 해외지점의 직원들이 도왔다는 주장이다. 조씨 자매가 회사 자산인 비행기와 직원들을 개인 물품을 밀수하는 데 동원한 것이다.

 

3일 스스로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이라고 밝힌 제보자들에 따르면 조씨 자매는 지난 2009년부터 지난달 초까지 해외에서 구매한 물품들을 국내로 들여왔다.

 

특히 대한항공 해외지점 직원들이 조씨 자매들이 구입한 개인 물품의 밀반입을 도와 아무런 허가도, 검사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

 

해외지점에서 근무했던 전직 직원이라고 밝힌 제보자 A씨는 “조씨 자매가 온라인 쇼핑을 통해 명품 가방부터 유명 스포츠 의류, 초콜렛과 과자 등 생필품까지 주문했다”며 “일주일에 평균 두 번씩 큰 것과 중간 크기 여행용 가방 2개를 이용해 물품을 운반했다”고 밝혔다.

 

이어 “빈 가방에 해외지점 관계자가 물품을 채워서 가져오면 그 가방을 가지고 여객기에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며 “여객기에 전달한 뒤 빈 가방은 다시 해외 지점 관계자에 돌려줬다”고 전했다.

 

현직 직원이라 밝힌 B씨는 가방을 전달받은 날짜를 기재한 문서를 증거로 공개했다. 해당 문서에는 ‘2/5 월요일’, ‘2/13 화요일’, ‘2/22 목요일’, ‘3/1 목요일’, ‘3/5 화요일’, ‘4/5 목요일’이라는 날짜와 함께 ‘빈 러기지’라고 적혀 있다.

 

B씨는 가방을 여객기에 전달할 때 가방에 담긴 물품들이 엑스레이 통관 없이 밀반입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B씨는 최근 한진그룹 일가의 ‘갑질’과 불법행위에 대한 보도가 쏟아지자 대한항공 본사 파견 관리자로부터 조씨 자매의 구매내역을 모두 지우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그는 “본사에서 파견 온 차장급 매니저가 조씨 자매가 물품을 구입한 정보가 담긴 이메일 등을 삭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다만 본사에서 지시를 내렸다는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 측은 “해당 지점과 담당자를 구체적으로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정확한 확인은 어렵다”라며 “회사 차원에서 증거 인멸을 지시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항공 직원들은 오는 4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조양호 회장 일가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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