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정유·화학주 약세

대한항공이 우울한 5월을 보내고 있다. 조현민 전 전무의 ‘물벼락 갑질’ 사건이 터지면서 조 전 전무와 조현아 전 부사장이 사퇴하는 등 회사 전체가 갑질 파문으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국제유가까지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항공사 특성상 유가가 오를수록 손해가 커지기에 올해 실적 및 주가가 염려되고 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전일 대비 1.49% 및 2.81% 하락했다. 제주항공은 3.57%, 진에어는 0.32%씩 떨어졌다.

 

주된 이유는 국제유가의 상승세였다. 전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3.01% 상승한 배럴당 71.1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14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올해 들어서만 18%가량 상승했고 3%가까이 급등한 건 지난해 말 이후 처음이다. 유가가 가파른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특히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 협정’ 탈퇴를 결정하면서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오른 상황이 유가 급등세를 이끌고 있다.

 

항공기 연료로 기름을 쓰는 항공사들은 유가가 상승하면 비용이 증가해 악재로 여겨진다. 특히 최근 오너 리스크 관련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는 대한항공과 진에어는 유가 상승에 더 취약한 모습이다.

 

정유 및 화학주도 국제유가 상승에 울상이다. 이날 보합권에서 마감한 S-oil과 GS는 올해 들어 10% 가까이 떨어졌다. 롯데케미칼은 전일보다 1.54% 하락했다.

 

정유 및 화학기업 역시 유가 상승으로 마진폭이 축소될 위험이 높다. 원래 정유사는 유가가 오르면 정제마진을 높일 수 있어 긍정적 신호로 읽히지만 유가가 가파르게 오를 경우는 오히려 정제마진이 악화될 위험이 있다. 국내 정유사의 정제마진 평균은 6달러선으로 지난달 7.4달러에서 하락했다.

 

원유로 만드는 납사를 재료로 쓰는 화학주도 매입비용이 높아졌지만 화학제품 수요가 늘지 않아 실적 부진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김민경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수요 불확실성으로 유가 상승분이 제품가격에 전가되지 못하면서 실적이 둔화될 수 있다"며 "의미 있는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유가의 빠른 상승세가 진정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결론적으로 미국의 제재가 이란의 원유 공급을 타이트하게 이끌면서 유가의 변동성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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