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선주 자금사정 악화…선박 인도 연기 불가피

최근 미국이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재개하면서 현대중공업이 그 유탄을 맞는 분위기다.

선박을 발주한 이란 선주가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서 선박 인도 시점의 연기가 불가피해진 탓이다.

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최근 이란 국영선사 '이리슬(IRISL)'과 선박 인도 연기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2016년 12월 이리슬과 1만4500TEU급 대형 컨테이너선 4척, 4만9000톤급 PC선(석유화학제품운반선) 6척 등 총 10척의 선박을 건조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총 7억 달러(한화 약 8천200억 원) 규모다.

현대중공업은 컨테이너선을, 현대미포조선은 PC선을 만들어 올해 2분기부터 순차적으로 인도할 예정이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이 계약금 일부만 받았으며 나머지는 선박을 인도할 때 받기로 했다.

그러나 이리슬의 자금사정이 악화되면서 선박 인도 시기를 연기할 수밖에 없어지면서 대금 지급 시기도 뒤로 미뤄지는 양상이다. 돈을 늦게 받게 된 현대중공업으로서는 애가 타는 일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재까지 이리슬에 인도한 선박은 1척도 없다"면서 "이란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인도 시기에 대해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그룹과 이리슬의 악연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대중공업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은 이리슬과 17척(석유제품선 10척, 벌크선 7척)의 선박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2011년 경제제재가 시작되면서 16척의 건조가 진행되지 않아 이리슬이 이미 지불한 계약금이 묶여버린 적이 있다. 이리슬은 당시 지불했던 계약금을 2016년 계약 건에 반영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동 자원 부국인 이란의 선박 발주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미국의 이란 제재가 풀리기 전엔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서울시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