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巫堂 ‘노적보살’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巫堂 ‘노적보살’

토속신앙의 바른 맥을 이어가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천지신명께 비나이나~”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기 전에는 자식이 집을 나서 먼 길을 떠나면 부모는 자식이 돌아올 때 까지 생사에 대한 소식을 전혀 알 수 없었다. 때문에 부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새벽에 정화수 한 그릇 떠놓고 자식이 무탈하게 돌아오기만을 천지신명(천지의 조화를 주재하는 온갖 신령)께 빌고 또 빌었다. 칠성을 들인다는 표현도 마찬가지다. 칠성은 북두칠성의 별을 뜻하는 신으로 수명과 재물, 재능을 관장한다. 이러한 민간신앙은 도교와 불교가 융합되어 조상 대대로 전해 내려오게 되었다.

웹툰으로 시작해 최근 영화까지 섭렵하며 흥행했던 ‘신과함께’라는 이야기는 최첨단 시대 속에 잊혀져 가는 우리의 토속신앙을 재미나게 표현해 내며 남다른 의미를 부여한 작품이었다. 신이란 무엇이고 신은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경남 창원시 마산 회원구에 둥지를 틀고 우리 전통 신앙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는 무당, 노적보살을 만나 신과 인간세상의 기묘한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종교를 믿는 이들은 신을 믿는다. 기독교는 유일신으로 하느님과 예수님을 믿고 의지한다. 천주교는 성모마리아를 이슬람은 알라를 신격화 한다. 반면 불교는 부처라 하는 석가모니를 신격화 하지는 않는다. 인간으로써 인간이 가야할 길을 안내한 성인으로 바라본다. 다만 불교의 교리에 보면 다양한 신들이 존재한다. 인간과 부처의 세상 사이에 신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사람들처럼 아프고 슬프고 기쁘고 행복한 희노애락을 가지는 신들이 부처님의 말씀에 귀이하며 인간 세상을 관장한다.

신과 교류하는 사람, 巫堂

토속신앙은 샤머니즘으로 모든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다. 인간 세상에서도 집집마다 주인이 있듯이 산과 바다, 나무와 돌맹이에도 제각각 주인이 있다 믿었고 인류는 그들은 신이라 불렀다. 인간이 알 수 없는 또 다른 세상, 아니라고 부정하기에는 초자연적인 거대한 힘에 의해 묘한 일들이 일어날 때면, 우리는 보이지 않지만 신이라는 존재가 분명히 있다는 것을 의심하면서도 짐작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신들과 교류하는 비상한 능력을 가진 이들을 우리는 무당(巫堂)이라고 부른다. 모학산, 천주산, 정병산 등 산세가 좋은 경남 창원에는 유독 무당들이 많다고 한다. 마산 회원구에 자리하고 있는 노적보살도 이들 중 한사람이다.

외할머니가 무당이었다. 어릴 때부터 외할머니와 살았던 노적보살은 5살 때 신의 부름을 받았다. 신의 계시가 있었지만 그녀는 줄곧 모른척했다. 그녀가 진짜 무당이 된 것은 결혼하고 1년 6개월이 지난 어느 날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신의 말문이 터지고 나서부터다. 주위 사람들은 놀랬지만 그녀는 평소 느끼고 있었던 터라 크게 놀랄 일도 아니었다. 저녁 식사 중 막걸리를 한잔 했는데 그때 자신도 모르게 신의 말을 내뱉으며 말문이 터져버린 것이다. 그때가 서른 두세 살 때였다고 그녀는 회상했다. 결혼생활이 순탄 할 수 없었다.

 

 

 

 

 

 

 

 

 

 

 

 

 

 

 

 

 

 

바른 마음을 가져야 바른 힘을 얻게 된다

노적보살은 신들 사이에도 서열이 있다고 했다. 사람 사이에 계급이 있고 연배가 있고 높낮이가 있듯이 신들 세상에도 그런 질서가 똑같이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신을 모신다고 해서 무조건 전지전능한 힘을 가지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인간이 기도를 드리며 정성을 다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신들도 기도를 드리고 정성을 다한다. 그래야 그 위에 존재하는 신들도 감명 받아 인간들의 삶에 자비와 은혜를 베푼다는 것이다. 그녀는 그녀의 신과 함께 좋은 기운을 얻기 위해 강원도 정선 백이산 골짜기 깊숙한 곳에 있는 작은 암자를 1년에 한번 씩 찾아간다. 차가 다닐 수 없음은 물론이고 계곡을 네 번을 넘어야 다다를 수 있는 깊고 깊은 산속에 자리 잡은 암자다. 이곳에서 그녀는 일주일간 기도를 올린다. 그녀가 화장실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고 물도 길어서 써야 하는 형편인 이 산골짜기까지 오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신의 부름 때문이었다. 그녀는 처음 이 곳을 알게 되었을 때 너무 험난한 곳이라 몇 번을 망설였다. 그때마다 신의 부름이 있었다. 결국 큰 호통을 듣고서야 부랴부랴 찾아왔는데 이 암자의 마당에 딱 들어서는 순간 온 몸과 정신이 깨끗해짐을 느끼게 되었다. 마당 앞으로 펼쳐진 산세는 부처가 누워있는 형상이었고 좌·우로는 어머니의 젖가슴과 코끼리 모양의 산세가 형성되어 있었다. 그녀는 굿을 많이 하는 것 보다 이곳에서 기도를 올리는 게 그녀 스스로 한 뼘 더 성장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도는 그녀 혼자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신 역시 한마음으로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정성을 다해 기도를 올린다고 했다. 또 기도만 올린다고 능사는 아니라고 했다. 무당이 허튼짓을 하면 무당 곁을 지키던 신은 자기 제자니까 눈감아 줄 수 있을지 모르나 그 위에 신령들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했다. 때문에 기도 빨을 받고 안 받고는 무당의 행실이 중요하다는 것을 그녀는 각인시켰다. 바른 행실과 올바른 마음으로 기도를 올렸을 때 그 기도 빨을 받아, 모시는 신령의 힘이 커지게 되는 것이고 그것은 무당의 명성으로 드러나게 되는 것이라고 그녀는 힘주어 말했다.

그녀는 ‘내만 바르게 가면 되지’라는 생각이 있어 주변의 흐름에 쏠리는 일이 없다. 바르게 가는 무당은 어떤 무당일까? 그녀는 돈돈 하지 않고 진심으로 속세의 인간들을 측은하게 여겨 좋은 길로 안내하는 무당이 바른 무당이라고 했다. 이러한 조화는 때로는 신들로 부터 왔다. 무당도 사람인지라 때론 게을러지고 다른 곳에 눈이 돌아갈 수도 있는데 그때마다 신들이 이것을 바로잡아 주는 게 신기하다고 했다.

 

 

 

 

 

 

 

 

 

 

 

 

 

 

용왕제 지내고 입찰 받아

몇 해 전 창원의 한 조선소가 부도가 나며 그 하청업체들도 줄줄이 도산을 하게 되었다. 그 중 한 하청 업체 사장이란 사람이 노적보살을 찾아왔다. 평소에는 이런 토속신앙을 절대로 믿지 않던 그였지만 바닥까지 떨어지고 보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온 것이었다. 노적 보살은 그와 그의 지인인 또 다른 사장들과 함께 감포 앞바다로 가서 용왕제를 지냈다. 그리고 그날 용왕제를 끝내고 점심을 하기 위해 한 횟집에 들어가 주문을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그 사장들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다른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견적서를 제출해 입찰을 받아야 하는데, 보름 후에 난다던 발표가 앞당겨 그날 발표된 것이었다. 당시 횟집에서는 축제의 분위기였고 그 사장은 지금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며 사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1년 기도 올리고 검사 합격

일 년 전에 또 한 사람이 찾아왔다. 아들이 검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매번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다른 곳에서 굿을 하면 된다고 해서 굿을 세 번을 했는데도 합격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굿을 하는 동안 그녀의 아내는 다리를 못 쓰게 되었고 가세는 점점 더 기울어졌다. 노적보살이 그 집안을 들여다보니 집에서 잡신을 시주로 모시고 있더라는 것이다. 노적보살은 바로 그 잡신을 치우고 시주를 다시 모셨다고 했다. 그리고 아들을 보니 공부는 잘하지만 시험 운이 없었다. 노적보살은 1년 기도를 올려보자고 제안했다. 진짜 피가 마르는 시간이었다고 그녀는 회상했다. 1년 기도비도 받지 않았다. 준다는 돈도 극구 사양했다. 1년 기도를 올려서 검사 시험에 당당히 합격하면 그때 보답을 하라고 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애 아버지에게 전화가 왔는데 심장이 두방망이질을 쳤다. 급한 마음에 빨리 얘기하라고 했더니 아버지가 “합격 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1차 시험만 있는 게 아니라 2차, 3차까지 어렵고 어려운 시험이었다. 노적보살은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피가 거꾸로 솟는다고 했다. 합격 후 애 아버지가 노적보살을 찾아왔다. 다리가 아파서 누가 부축하지 않으면 걷지 못했던 아내도 이제는 잘 걷게 되었다며 봉투를 내매는 것을 되었다고 극구 돌려보냈더니 신당에 1천 만 원이 든 봉투를 몰래 올려놓고 갔더라는 것이다. 지금 그 아들은 공부한다고 못한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군에 입대했다고 했다.

 

 

잘되 고 못되는 것은 인연에 의한 것

어떤 사람이 또 찾아왔다. 국회에 진출한다는 것을 하지 말라고 농사지으며 살라고 했는데 기어이 말을 듣지 않고 하더니 결국 집안 말아먹고 지금은 농사지으며 살고 있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어떤 집은 조상을 천도해야 하는데 해야 된다고 말만 하지 강요할 수는 없어 그냥 두었더니 결국 살인이 나 뉴스에도 나왔던 적이 있었다. 노적보살은 그것이 모두 인연이라고 했다. 아무리 무당이고 신의 부름을 받고 하더라도 그것을 받고 안 받고는 스스로의 복이고 인연이라는 것이다. 또 평소 마련해 놓은 칠성 줄이 많으냐 없느냐도 중요하다고 했다 청소가 잘 된 집은 한번만 청소하면 금세 깨끗하게 청소가 되지만 폐가나 혹은 먼지가 덕지덕지 붙은 집은 청소가 쉽지 않다고 했다. 평소에 칠성과 정성을 들여서 살아 온 사람은 기도 빨이 잘 받아서 금세 효과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더 닦고 정성을 남들보다 몇 배를 더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부모들은 평소에도 자식들을 위해 정성을 들여놓아야 한다”고 노적보살은 귀뜸했다.

 

사주는 못 바꿔도 팔자는 바꿀 수 있어

노적보살은 사주와 팔자에 대해 타고난 사주는 바꿀 수 없지만 노력으로 팔자는 바꿀 수 있다고 했다. 제자 중에 한 사람은 병약하고 몸무게가 47kg 밖에 나가지 않는데 원인을 보니 이름이 탈이었다. 음양오행으로 부족하고 넘치는 것을 조화롭게 하여 이름을 다시 지어주었더니 지금은 병원도 다니지 않고 몸무게도 70kg으로 회복해 건강해 졌다고 했다. 관상도 팔자에 해당된다. 점을 빼거나 고치거나 해서 팔자가 좋아지는 사람도 있고 나빠지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그것이 다 인연이기는 하지만 “심상만큼 좋은 것이 어딨냐”며 “마음을 바르게 쓰면 좋은 팔자가 오게 된다”고 노적보살은 말했다.

 

노적보살은 항간에서 미신으로 치부되는 토속신앙에 대해 “믿고 안 믿고는 개인사”라며 그러나 “세상에 태어나고 죽고 사는 인연 속에 신들과의 인연도 있는 것이고 죽은 사후의 세계도 있는 것, 모든 것이 하나의 우주아래 있는 자연의 섭리이자 법칙이고 그 가운데 토속신앙이 있는 것”이라며 “우리 무당들은 그것을 깨끗하게 계승해 지켜나가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마지막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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