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격려·인정으로 빚어낸 38년간의 아름다운 교육 여정
교육장으로, 오카리나 연주가로 교육 현장의 소통과 화합 이끌어낼 것

 

먼저 경기도안산교육지원청에 대한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우리 안산교육지원청은 경기도교육청의 산하 기관으로 교육의 전문성과 지방 교육의 특수성을 살리기 위해 안산 지역에 위치한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의 운영 및 관리에 관한 지도와 감독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따뜻하고 행복한 학생·현장중심 안산교육’이라는 모토아래 단 한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모든 학생이 삶의 의미와 가치를 스스로 발견하고 잠재력을 계발하며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공평한 학습사회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즉, 안산교육지원청은 경기도교육청이 수립한 정책이 안산지역 학교 현장에 원활히 투입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실행을 하는 중간다리,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교육장에 부임하신지 1년이 지났습니다. 그간의 소회가 궁금합니다.

교육장 공모에 선정돼 작년 3월 1일 제15대 교육장으로 취임했고, 임기 2년 중 벌써 절반이 지나갔습니다. 저는 지난 1년 동안 소통과 협업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보통 직장의 문제는 칸막이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하지요. 학교를 비롯한 교육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저는 부임하자마자 칸막이를 없애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습니다. 학교 급 간, 교육주체 간, 교육지원청 부서 간의 벽을 허물고 진솔하게 소통하기 위해 여러 가지 일들을 하고 있는데, 그 일환으로 저는 결재를 책상 의자에 앉아서 하지 않고 서서하고 있습니다. 권위를 내려놓기 위해서입니다. 시선을 맞추면서 소통해야 상대방이 존중받는 느낌이 들지 않겠습니까. 뿐만 아니라 칭찬, 격려, 인정을 통해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다만, 여기에는 진정성이 반드시 필요하겠지요. 일회성이 아닌 진정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칭찬과 격려, 인정이야말로 소통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원과의 소통과 존중감 고취를 위해 입식 책상에서 결재를 하는 김이형 교육장

 

교육장님은 언제부터 교육자의 길을 걷게 되셨나요?

교대 졸업 후 1980년 4월 1일, 충북 영동의 산촌 오지에 자리한 황학초등학교에서 교직생활을 처음으로 시작했습니다. 당시는 단순 주입식 교육에 의존하던 때였지만, 저는 산, 들, 냇가 등 주변 환경을 활용해 옷 세탁, 손발 씻기, 고기 잡기와 같은 놀이를 접목한 자연체험학습을 적극 도입했습니다. 삶과 연계된 교육과정은 학생들의 사고 확장뿐만 아니라, 저 자신에게도 상당한 영감을 주었지요. 2년 후에는 모교인 양산초등학교에서 저의 음악적 재능을 살린 합창 및 합주 지도에 힘썼고, 수차례의 공개 음악수업은 많은 분들에게 인정받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후 경기도 여주 오학초등학교에 부임하면서 경기도에 자리를 잡았고, 경기도고양교육지원청 장학사를 거쳐 광명동초등학교·하안북초등학교 교감, 광명서면초등학교·공도초등학교 교장을 역임한 후, 현재 교육장 자리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38년간의 교육 여정이 참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가장 뿌듯하고 보람 있었던 일을 몇 가지 이야기해 주시지요.

지난 세월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만, 서면초등학교 시절의 에피소드 3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서면초는 광명시 외곽에 위치해 주변여건과 교육환경이 열악하고, 인근 3개교 혁신학교 사이에 놓여있어 학부모들이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또한 교직원과 관리자, 학교와 학부모의 갈등도 상존하는 학교였지요. 그래서 저는 부임 첫날부터 정문 앞에서 학생들에게 일일이 인사하며 학생들이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학생중심의 문화를 만들어 갔습니다. 그리고 교직원들에게는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을 발휘하겠다는 약속을 시작으로 학교장도 팀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수평적 관계 유지, 존중과 배려의 분위기 등 민주적인 학교문화 조성에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러한 민주적 학교문화를 기반으로 교직원들과의 협의와 토의, 토론을 거쳐 광명혁신교육지구 공모사업(2011) 응모에 온 역량을 모은 결과, 관내 초·중 및 혁신학교보다 많은 지원예산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지원예산은 학교혁신의 마중물이 되었고, 광명지역에서는 “서면초등학교가 혁신학교다”란 말이 회자될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심지어 혁신학교에서 서면초로 전학 오는 학생들도 있었답니다.

또 다른 에피소드는 이름 하여 ‘흉가 철거 작전’이었습니다. 제가 교장 부임 당시 서면초 후문에는 7년 동안이나 흉가로 방치된 불법건축물이 있었는데, 항상 담배꽁초와 술병 등이 널려 있어 초등학생 안전에 위협적이었습니다. 저희는 인근 중·고등학교에 생활지도 협조를 구하고, 건물주 및 교육청과 시청에 철거를 요청했으나 묵묵부답이었습니다. 결국 저희는 학교 임원진들과 시장과의 학교발전협의회를 추진했고, 현장방문을 통해 시장으로부터 긍정적인 방안을 받아냈습니다. 시청의 법률적 검토 결과, 민법 제 287조에 의거 지상권 소멸을 통지하고 행정 대집행으로 마침내 흉가를 철거하게 됐습니다. 시청 관계자는 그 누구도 엄두내지 못한 일을 학교장이 해결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지요.

그리고 마지막 에피소드는 지금 생각해도 참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사실 어느 학교에나 학교생활 부적응 학생들이 있기 마련이고, 그 학생들이 면학 분위기를 해치거나 선생님들을 힘들게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고심 끝에 담임선생님들의 추천을 받은 부적응 학생 20명을 따로 모아서 직접 오카리나 연주를 가르쳤습니다. 아울러 담임선생님들께 할 수 있는 한 가장 예쁘게 오카리나를 포장해 그 학생들에게 선물해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반 친구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전달식을 함으로써 그 학생들의 존중감을 키워준 겁니다. 그리고 오카리나를 가르친 지 1년 후, 저는 그 학생들을 학교 아침 생방송 무대에 세웠습니다. 프로 연주자 못지않은 표정으로 진지하게 연주하는 그 학생들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르는군요. 몇몇 학생들은 “교장 선생님, 저 음악에 소질이 있나봐요”라며 적극적으로 오카리나를 배우고 연주하기도 했습니다. 학교생활 부적응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오카리나 강습은 그 아이들에게 자존감 회복과 성취감을 갖게 해 준 매우 훌륭한 경험인 동시에, 제 교육자 생활을 통틀어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학교 아침방송에 학생들의 오카리나 연주를 소개하는 김이형 교장

 

교육장님은 음악에도 조예가 깊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본격적인 연주 활동 및 재능기부를 해 오셨는지요.

교대 재학 시절 기본적인 음악 교육을 받았고, 더 나아가 대학 내 그룹사운드에서 색소폰을 연주하면서 음악에 깊이 매료됐습니다. 당시에는 풍금 연주를 할 수 있어야 학교 현장으로 발령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피아노 연습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첫 학교에 부임한 후 얼마 되지 않아 월급을 모아 피아노를 구입했더랬지요. 대전에서 산 피아노를 트럭에 싣고 시골 오지의 자취방에 가져다 놓고 연습에 몰두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 레슨을 시켜주기도 했습니다. 아마 그 시절이 저의 재능기부의 출발점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재능기부를 하게 된 시기는 서면초등학교 교장으로 부임한 2010년경부터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학생들에게 오카리나를 가르치기도 하고, 다양한 무대에서 오카리나 연주를 했습니다. 경기도 교직원 안성수덕원을 찾는 경기가족을 위한 ‘사슴골 음악회’에서 정기적인 재능기부를 했고, 인근초등학교를 방문해 진로교육으로 오카리나 재능기부를 했습니다. 또 경기도평생교육학습관 주관의 교원 평생교육프로그램에서 오카리나 교원 연수를 실시했고, 교육청의 각종 문화행사에도 참여했습니다. 이외에도 학부모 대상의 강의, 전국단위 교장협의회, 각종 연수 등 기회가 생길 때마다 오카리나 연주를 했는데요, 제가 연주를 잘해서라기보다는 소통의 창구를 만들고자 했던 의도였습니다. 실제로 여러 재능기부와 연주를 통해 많은 분들과 정서적인 교감을 나눌 수 있었고, 그 분들이 오카리나의 매력에 빠져들어 연주자의 길로 들어서기도 했습니다. 오카리나 보급에 보이지 않는 파급력을 끼쳤다고 할까요?

 

오카리나 연주가로도 활약하고 계신데, 오카리나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오카리나의 맑고 청아한 울림도 커다란 장점이지만, 저는 다른 악기에 비해 다루기 쉽고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점을 매력으로 꼽고 싶습니다. 피아노나 기타로 제대로 된 소리를 내려면 상당한 연습이 필요하지만 오카리나는 조금만 노력하면 금방 음악을 연주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또 체구가 작으니 휴대성도 좋습니다. 학생들이 운동장 구석구석에서 옹기종기 모여 오카리나를 연습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흐뭇하기 그지 없습니다. 처음에는 불협화음을 내지만 어느 순간 하모니를 이루는 과정을 학생들 스스로가 깨우치게 되지요. 오카리나는 학생들의 인성과 심성은 물론, 협동심을 길러주는 좋은 선생님입니다.

 

김이형 교육장은 교장 시절 모든 표창장을 교장실에서 학생들과 대화를 하며 직접 수여했다.

 

전교생 학교폭력예방교육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김이형 교장

 

교육계의 어른으로서, 학생들과 후배 교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겠지만 삶의 궁극적인 목적은 행복일 것입니다. 내가 행복해야 다른 사람도 행복하게 해줄 수 있기 때문에 학생이 행복한 교육을 하려면 교사를 비롯한 교육공동체 모두가 행복해야 합니다. 혜민 스님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서 ‘우리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만드는 것 중 하나는 누군가 나의 가치를 알아주고 관심을 가져준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라고 말했습니다. 자신이 인정받을 때, 공동체 내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때 그러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교육 주체 간의 벽을 허물고 진솔하게 소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또한 기본에 충실해야 우리 모두는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저와 함께 일했던 장학사 한 분이 인사이동으로 다른 곳에 가시면서 저에게 주신 편지가 저를 참 행복하게 해주었습니다. 그 장학사님은 저 때문에 행복할 수 있었다고 하셨는데, 저는 그분 때문에 참 행복했습니다. 이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행복한 존재가 되어주는 것, 이것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행복해지는 길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느 장학사의 편지

 

마지막으로 향후 계획 및 포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선, 남은 교육장 임기동안 대한민국 혁신교육의 1번지인 경기교육청의 정책이 현장에 일관성 있게 적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계속 강조하지만 학교 문화를 소통과 협력의 문화로 바꾸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시도할 것입니다. 초등학생들 중 65%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 직업을 갖는다고 하지요. 이제 더 이상 시험 성적이 중요하지 않은 시대가 왔습니다. 경쟁이 아닌 협력을 위해 학생들의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학교마다 빛깔 있는 교육으로 학생들을 키워낼 수 있도록 우리 안산교육지원청은 모든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나아가 경기교육의 제1목적인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다’를 실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그리고 교육장 임기 후에는 다시 교장으로 돌아가 현장에서 학생들, 선생님들과 함께 호흡하며 바람직한 학교 문화를 확장하는데 힘 쏟고 싶습니다. 물론 꾸준히 음악 활동과 재능기부도 이어가야겠지요. 음악은 제 행복의 원천이기 때문입니다.

 

김이형 교육장 프로필

■황학, 양산, 오학, 성주, 도원, 서해초 근무

(1980. 4.1 ~ 2000. 2.29)

■경기도고양교육지원청 장학사

(2000. 3.1 ~ 2004. 8.31)

■광명동초 교감, 하안북초 교감

(2004. 9.1 ~ 2010. 8.31)

■서면초등학교, 공도초등학교 교장

(2010. 9.1 ~ 2017. 2)

 

포상

■제32회 스승의 날 유공 표창

(2013. 5.15 대통령)

■2017 자랑스런대한국민대상 수상

(2017. 9.5 대한국민운동본부)

 

Kim Lee Hyoung's Ocarina Con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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