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형 로컬 베이커리의 시작, '근대골목단팥빵' 홍두당 정성휘 대표
기획형 로컬 베이커리의 시작, '근대골목단팥빵' 홍두당 정성휘 대표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8.05.17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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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휘대표, 2018 대한민국마케팅대상 The Prize of Entreprenuership 수상

근대골목단팥빵은 최근 영남권을 중심으로 무서운 기세로 성장 중인 대구 기반의 로컬 빵집이다.

 옛날식 단팥빵인 ‘모단단팥빵’이 대표 상품이며, 빵 마니아들 사이에선 ‘모단빵’ 혹은 ‘모단빵집’이란 애칭으로 더 유명하다. ‘모단’은 ‘근대(近代)’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modern’의 옛날식 발음이다.

 미국 미시간대에서 외식산업경영학을 전공한 대구 출신 청년 기업가 정성휘 ㈜홍두당 대표(32)가 고향 대구를 대표하는 먹거리 관광상품 개발을 목표로 근대골목단팥빵을 기획해 2015년 3월 롯데백화점 대구점에 1호점을 열었다.

 브랜드명 ‘근대골목단팥빵’은 최근 전국적인 ‘골목투어’ 바람을 주도하며 가장 대표적인 골목투어 명소로 부상한 대구 ‘근대골목’에서 따왔다. 근대골목은 대구 원도심(原都心) 지역의 오래된 골목길들을 가리킨다. 근대골목이 대구를 대표하는 전국적인 문화관광 명소로 부상한 것처럼 ‘대구를 대표하는 전국구 명물빵’이 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근대골목투어 5개 코스 중 근대문화골목 코스 입구에 위치한 대구 남성로 근대골목단팥빵 본점은 근대골목 관광객이라면 꼭 들러야 하는 맛집이자 전국 빵지순례자들의 성지(聖地)로 유명하다.한국관광공사에서 운영하는 관광정보 사이트 ‘대한민국 구석구석’에서는 근대골목단팥빵을 60년 역사의 삼송빵집, 고로케 전문점 반월당고로케와 함께 ‘대구 3대 유명 빵집’으로 소개하고 있다.

 

 2017년 9월 8일 현재, 전국 14개의 직영점을 운영 중이며, 이 달 중 2개 직영점을 추가로 오픈할 예정이다. 두 달에 한 개 꼴로 매장을 늘려온 셈이다. 특히, 입점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백화점 매장의 비중이 높은 점이 눈길을 끄는데, 국내 3대 백화점인 롯데ㆍ현대ㆍ신세계에 모두 입점해 있다.

  2017년부터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시장 공략에 주력하고 있다. 1월 신세계스타필드 하남에 수도권 1호점을, 5월 초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에 수도권 2호점을 냈다. 이어, 5월 말 현대시티몰 가든파이브점에 수도권 3호점을 오픈하며 서울에도 공식 입성했으며, 7월 말 현대시티아울렛 동대문점에 수도권 4호점을, 8월 초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수도권 5호점을, 9월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과 중동점에 수도권 6·7호점을 잇달아 오픈했으며, 10월 중에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송도에 수도권 8호점을 추가로 오픈할 계획이다. 수도권에서만 9달 동안 8개 매장을 추가하였다.

  현대백화점 입점은 수도권 3호점인 현대시티몰 가든파이브점의 실적을 눈여겨 본 현대백화점 측의 적극적인 러브콜에 의해 성사됐다. 근대골목단팥빵 현대시티몰 가든파이브점은 5월 오픈 당시부터 지금까지 줄곧 푸드스트리트 델리 부문 매출 1등을 놓치지 않고 있다.

정성휘 대표
정성휘 대표

 정 대표는 대구에서 태어나 대구 능인중학교를 졸업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버지니아 크라이스트처치스쿨을 거쳐 미시간 주립대학교에서 외식산업경영학(Food Industry Management)을 전공했다.

  대학 시절 틈틈이 미국과 캐나다, 유럽, 일본 등을 여행하며 선진국의 외식산업 현장을 살폈다. 스시 레스토랑이나 햄버거 전문점 등 외식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이런 경험을 통해 그는 국내 외식산업 중 특히 음식 관광 분야가 해외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낙후되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됐다.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여행과 관광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마련이고 여행과 관광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지역의 맛있는 음식인데, 그가 보기에 우리나라는 지역을 대표하는 질 좋은 먹거리 관광상품이 터무니 없이 부족했다. 특히, 그의 고향 대구가 내국인에게서 조차 관광지로 외면 받고 있는 것은 물론, 국민 대다수가 ‘대구 음식은 맛이 없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된 것은 외식산업을 전공한 그에게 일종의 충격이었다.

  대구를 대표하는 먹거리를 개발해 대구의 핵심 관광자원으로 키워보고 싶다는 열망이 싹트기 시작했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그는 내로라하는 외식 대기업에 취업해 서울에 정착하는 것을 포기하고, 부모님이 있는 고향 대구에서 외식업 창업에 도전하기로 결심한다.

 

  대구에서 사업 기획에 골몰해 있던 당시, 사업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부산을 방문한다. 대구와 비슷한 입맛을 가진 같은 영남 지역이면서도 대구에 비해 음식 문화와 외식산업이 발전한 지역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부산은 유독 서민음식이 발달한 도시다. 특히, 큰 시장이나 먹자골목에 가면 여행객을 유혹하는 각양각색의 값싸고 맛난 길거리 음식들이 넘쳐난다. 정 대표도 제일 먼저 시장을 찾았다. 처음엔 사업화 할만한 이색 먹거리를 찾아볼 요량이었다. 그런데 먹거리보다 정 대표의 눈에 먼저 들어온 건 노점상을 하는 연세 많은 어르신들이었다. 대부분의 노점상인들이 변변한 바람막이 천막 하나 없이 작은 파라솔 하나를 천장 삼아 노점을 운영하고 있었고, 당연히 추위와 더위, 강풍, 장마 등 기후 환경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어린 시절부터 정말 셀 수 없이 많은 노점을 손님으로 방문했을 때는 미처 헤아리지 못하고 지나쳤는데, 사업가의 관점으로 노점을 바라보니 노점상인들의 열악한 노동 현실이 생생하게 와 닿았다. 정 대표 본인 스스로 생각해도 다소 낯설고 새삼스러운 경험이었다.

정말 적은 자본으로도 시작할 수 있는 서민들을 위한 프랜차이즈 사업모델을 만들어야겠다는 사명감 같은 것이 생겼다. ‘규모의 경제’ 원리가 작동하는 프랜차이즈 사업의 특성을 효과적으로 살리면, 거리에서 고생하는 전국의 수많은 노점상인들 중 극히 적은 일부에게라도 좀 더 나은 업무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었다. 일종의 ‘재능기부 사업’ 같은 것이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다소 ‘무모한 도전’이었다. 하지만 당시는 스스로 뭐든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넘치는 시기였다. 고향 대구를 대표하는 먹거리 관광자원을 만드는 꿈에 도전하기 전에 외식사업가로서 경험을 쌓고 자신의 역량도 테스트해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부산의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인 씨앗호떡과 부산어묵을 판매하는 전문점 ‘호오탕탕’이었다. 남포동 시장에서 각별한 인연을 쌓은 씨앗호떡 노점상 할머니에게 특급 씨앗호떡 레시피를 전수받았다. 부모님의 지원과 은행 대출로 사업자금을 마련하고, 2012년 10월 부산 KTX 역사에 플래그십 스토어 컨셉의 ‘호오탕탕’ 1호점을 오픈했다. 때마침 전국적으로 씨앗호떡과 부산어묵 바람이 분 덕에 기대 이상으로 장사가 잘됐다. 그래서 전국 각지에 잇달아 4호점까지 직영점을 연 다음 본격적인 가맹사업에 착수했다. 가맹사업도 순조롭게 진행돼 순식간에 매장이 10호점까지 늘었다. 하지만 경험이 전무하고 의욕만 앞선 20대 청년에게 가맹사업은 생각만큼 녹록한 것이 아니었다.

6개밖에 안되는 가맹점 관리에 구멍이 나기 시작했고, 직영점 4개도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다 보니 효율적인 운영이 힘들었다. 경기 불황 탓에 소자본 창업이 유행하던 시기라 가맹점을 더 늘릴 수는 있었지만, 그 상황에서 계속해서 사업을 추진하다 자칫 잘못하면 가맹점주들에게 피해를 입히게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도 들었다. 2년 반만에 과감히 사업을 접었다.

 고향 대구로 돌아갔다. ‘호오탕탕’에서의 실패 경험을 자산 삼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실패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좋았다고 생각되는 점은 무엇인지 철저하게 분석했다. 가장 큰 실패의 원인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벌인 ‘섣부른 가맹사업’과 ‘무분별한 사업 확장’이었다. 가장 좋았던 점은 ‘지역의 이야기가 담긴 스토리텔링형 브랜드’이고 ‘계절이나 유행을 타지 않는 대중적인 음식’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두번째 도전에 앞서 세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째, 고향 대구의 스토리를 담는다. 둘째, 가맹사업은 하지 않는다. 셋째, 대구를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지역을 확장한다.이 세가지 원칙에 따라 탄생한 브랜드가 바로 ‘근대골목단팥빵’ 이다

근대골목단팥빵의 가장 큰 특징은 매일매일 팥을 끓여 만든 신선한 팥소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팥소는 설탕이 방부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많이 달 수밖에 없지만, 근대골목단팥빵의 팥소는 매일 직접 만들어 쓰기 때문에 단맛이 강하지 않은데다 팥 알갱이가 살아있고 호두까지 들어있어 건강에 좋을 뿐만 아니라 식감도 뛰어나다.

옛날에 아버지 어머니 어린시절 먹던 추억의 빵들도 많기 때문에 역 트렌드 발상으로, 연령층이 있으신 고객님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인테리어와 모든 매장의 BGM 또한 옛 것 그대로를 가지고 왔다. 시대극에서나 볼 법한 화려한 샹들리에와 클래식한 분위기의 가구 속에서 옛날식 단팥빵을 먹노라면, 1920∼30년대 서구적 스타일과 의식으로 새로운 도시문화를 주도했던 ‘모단걸’과 ‘모단보이’가 된 듯한 야릇한 설레임을 맛볼 수 있다.

 

근대골목단팥빵은 브랜드의 핵심 콘셉트인 ‘근대(近代)’스토리가 고객에게 잘 전달되도록 매장 인테리어와 직원 복장, 음악 등 공감각적인 매장 연출에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중국 상하이(上海)에 위치한 대한민국임시정부(大韓民國臨時政府) 청사 컨셉의 매장 인테리어는 매장을 방문한 사람에게 타임머신을 타고 ‘근대(近代)’로 시간여행을 온 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우선, 시대극에서나 볼 법한 고풍스러운 샹들리에와 빈티지 스타일의 가구와 소품, 화려한 문양의 벽지 등 클래식한 인테리어가 시선을 잡아끈다. 매장 직원들 역시, 영화 <모던보이>의 남녀 주인공 박해일과 김혜수처럼 깔끔한 화이트 셔츠에 화이트 페도라로 한껏 멋을 낸 모습이다.

 뿐만 아니다. 일제강점기 망국의 한이 서린 '황성 옛터'나 나라 잃은 민족의 설움을 노래한 '목포의 눈물'과 같은 옛날 대중가요와 1930년대에 유행했던 경쾌한 스윙재즈의 선율이 매장 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타임머신을 타고 근대 시절의 경성이나 대구 도심의 살롱(다방)으로 시간여행을 온듯한 착각이 들 정도.

 복고 코드만 있는 건 아니다. 2017년 5월 말 오픈한 현대시티아울렛 가든파이브점과 2018년 3월에 오픈한 용산역 ‘근대골목 도나스’ 샵에는 포토존을 마련해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매장 중간에 가벽을 세우고 황금색의 대형 앤틱 액자를 건 후 가운데를 뻥 뚫고 액자 틀만 남겨둔 것. 액자 틀 안으로 얼굴이 보이도록 선 후 반대편 공간에서 사진을 찍으면 대저택의 벽을 장식하고 있는 명화 속 인물처럼 사진이 찍힌다. 맛집에 오면 우선 인증샷부터 찍는 요즘 트렌드를 반영한 것으로, 어차피 찍을 사진, 포토존에서 예쁘게 찍으라는 센스 넘치는 배려다.

한지혜 기자  kma194508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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