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급속한 고령화와 치매인구 증가로 인지능력이 약해진 어르신과 상대적으로 인지력이 떨어지는 어린이, 임산부 등 주민들의 생활공간에 '인지건강디자인'을 입히는 시범사업을 추진 중인 가운데 노원구 공릉아파트에 디자인을 적용한지 1년이 지났다. 그동안 거주하는 주민들의 인지건강 향상에 실제로 효과가 있었을까?

서울시는 노인인구와 치매 고위험군 비율이 높은 자치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공모를 통해 노원구 공릉동 영구임대아파트를 최종 선정('16.3.31)했다. 사전 진단‧분석 등을 거쳐 대상지 특성에 맞는 디자인을 개발‧적용('16.12)했다.

인지건강디자인은 치료, 예방 중심의 기존 정책에서 벗어나 인지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내·외적 원인 분석, 지역주민, 어르신 등 참여를 통한 지역 맞춤형 솔루션, 일상공간 인지, 오감향상 시설 조성 등을 골자로 한다. 서울시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디자인 정책의 하나로 '14년 인지건강디자인을 개발했다.

서울시가 디자인이 적용된 단지에서 살고 있는 40대 이상 주민 202명, 적용되지 않은 곳에서 살고 있는 주민 201명(총 403명)을 조사해 효과성을 분석한 결과, 인지건강디자인을 적용한 곳에서 거주하는 주민의 인지장애가 30.8% 감소하고 안전사고도 24.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하루 2회 이상 외출빈도가 39.9% 향상됐다. 거주민 중 74.5%는 사업 후 살기 좋아졌다고 응답했다.

효과성 조사는 한국의료복지건축학회와 아주대 노인보건연구센터가 함께 했다.

반면, 디자인이 적용되지 않은 곳(월계동 영구임대아파트 단지)에서 살고있는 주민들은 인지장애가 8% 감소하고 안전사고는 3.1%만 줄었다. 하루 2회 이상 외출빈도는 32%로 나타났다.

노원구 공릉동 영구임대아파트는 7개동 1,395세대 규모의 대단지로, 한개 동당 평균 6명의 치매어르신이 거주하고 노인인구 비율이 27.5%를 차지하는 곳이다.

서울시가 인지건강디자인 적용에 앞서 시간대별 이용장소 및 행태, 물리적 환경 등을 조사한 결과, 똑같은 모습으로 인해 단지 내 길찾기가 어렵고 안전하지 못한 보행길로 어르신들이 집밖으로 나오기 꺼려지는 환경이었다. 또한 집밖에서도 쉽게 기억할 수 있는 거점 공간이나 쉴 공간이 부족해 대화기회가 없는 등 어르신들의 활동과 행동반경이 점점 줄어들어 외부와 단절되는 실정이었다.

이에 서울시는 어르신이 학습 및 적응 능력이 남아 있을 때 외부활동과 오감자극 기회를 확대하고 혼란을 감소시키는 등 일상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인지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해외연구결과에 따라 '감각키움마을' 솔루션을 도출 적용했다. 주요 내용은 안전하고 접근성 높은 산책로 만들기, 오감자극 장소 조성하기, 자연스러운 신체활동을 할 수 있는 운동공간 조성하기다.

첫째, 기존 단지 둘레를 도는 산책로(850m)를 더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건널목이나 출입구 앞은 안전구역으로 구분해 집밖에 나와서도 안심하고 산책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가독성이 떨어지는 안내사인 등으로 혼란을 겪는 어르신들을 위해 눈에 잘 띄는 색으로 크게 동의 위치와 방향을 알리는 사인을 설치했다. 이 사인은 조명이 가미돼 어르신들뿐만 아니라 주민들도 야간에 안전하게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둘째, 산책로를 중심으로 꽃이 피어있는 화단과 계절별 조형물, 장소를 기억하는데 도움을 주는 새장, 바람개비, 해시계를 설치하는 등 오감 자극을 통해 인지와 정서에 도움을 주는 장소로 탈바꿈했다.

특히, 사전 조사 시 지역주민과 어르신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대상인 꽃을 주제로 공공미술도 접목했다. 조형작가와 함께 산책로 4곳에 사계절을 대표하는 벚꽃, 해바라기, 코스모스, 동백꽃 등의 조형물을 조성해 삭막했던 장소를 편안하고 기억에 남는 곳으로 만들었다.

셋째, 아파트 뒤편에 방치돼 있던 씨름장을 활용해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운동기구를 설치하고 가볍게 몸을 움직이거나 근력, 균형감각 등을 기를 수 있도록 했다. 숨은 그림찾기, 투호놀이 등 관찰력과 집중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놀이도 디자인 해 자연스러운 신체활동으로 인지건강을 높일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인지건강디자인의 물리적 환경개선뿐만 아니라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관리하고 활성화하기 위해 해당 지역 주민이 치매어르신 및 가족, 지역주민을 위한 치매 커뮤니티 활동 등을 하는 '인지건강 증진카페'도 내년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인지건강 증진카페 : '18년 시민참여예산 사업에 선정돼 아파트 내에 인지건강디자인을 활용한 참여프로그램, 원예활동, 놀이활동 등과 치매어르신 및 가족, 지역주민을 위한 치매 커뮤니티 활동 등을 할 수 있게 된다.

한편, 서울시는 양천구 신월동에 1호를 시작으로('14년) 영등포구 신길동에 2호('15년)로 인지건강디자인을 적용‧완료했다. 올해는 송파구 마천동 저층주거지 일대를 대상으로 현재 4호를 조성 중이다. 내년에도 1개소를 추가 선정해 지속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밖에 서울시는 '인지건강디자인' 외에도 외진 골목길에 대한 '범죄예방디자인', 청소년 통학로 주변 '학교폭력예방디자인' 등 디자인으로 사회문제 해결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변서영 서울시 디자인정책과장은 “서울시 인지건강디자인은 대상자의 행태와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디자인 솔루션을 개발, 시범적용해 주거환경에서 인지, 정서 등 일상생활을 향상하고 치매를 대비하는데 효과가 있다”며 “100세 시대를 맞이해 새로운 사회현상인 고령화에 맞는 사회문제해결을 위한 디자인정책을 적극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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