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동네는 지도(地圖)부터 남다르다”

용산구(구청장 성장현) 후암동 주민들이 지역에 대한 애정을 가득 담아 ‘마을살이 지도’를 제작했다.

구가 마을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진행 중인 ‘자치회관 1동 1특화사업’의 일환이다. 마을공동체 ‘와글와글 후암인’이 주관하고 후암동주민센터와 주민자치위원회, 보행지도추진협의체가 후원한다.

후암동주민센터와 후암인은 지난 4월 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지도 제작에 참여할 주민협의체를 구성했다. 이어 8월에는 서울시 도시계획과 김홍렬 주무관과 함께 주민들이 후암동 일대 역사적 명소를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9월에는 박운정 열린사회 시민연합 북부시민회 대표를 강사로 초빙, 3차에 걸쳐 마을지도 만들기 강좌를 진행했다. 조별로 구역을 나눠 마을 답사도 이어갔다.

주민들이 탐방 자료를 공유하고 의견을 주고받는 동안 마을살이 지도가 제 모습을 갖췄다. 지도는 후암동 역사문화 산책길, 아랫마을 산책길, 윗마을 산책길 등 3개 도보여행 코스를 담아냈다.

후암동 주민들이 제작한 마을살이 지도 초안

역사문화 산책길은 남산도서관 맞은편 ‘두텁바위’ 상징석에서 시작된다. 후암동 전망대 엘리베이터를 지나 두텁바위로를 타고 내려가면 장우 오피스텔 주변으로 일제 강점기 조성된 양옥 주택(문화주택)을 여럿 찾아볼 수 있다.

아동양육시설 영락보린원(후암로4길 70) 앞에는 전생서터(典牲暑址)라고 적힌 표석이 설치돼 있다. 전생서는 조선시대 국가 제사용 가축을 길렀던 관청이다. 주위로 선인들의 마을도 자리했다.

마을버스 ‘후암동종점’과 용산고교 사거리를 지나 후암로 동쪽 골목길로 접어들면 서울의 대표적 문화주택 ‘지월장(指月藏)’과 ‘조선은행 사택지’(현 한국은행 직원공동숙소 후암생활관)가 나온다.

게스트하우스로 쓰이는 지월장은 규모가 너무 커서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의 별장으로 잘못 알려져 왔으나 서울역사박물관에 따르면 이곳은 사실 서선식산철도주식회사(西鮮殖産鐵道株式會社) 상무이사 니시지마 신조우(西島新藏)의 별장이었다.

역사문화 산책길의 마지막 코스는 ‘후암 가드너의 길’(후암로28가길)이다. 지난 2015년부터 남산과 용산공원을 잇는 ‘후암골 마을숲 만들기’ 사업이 후암로28가길 일대에서 진행돼 왔다. 민·관 협력 방식이다.

후암동 아랫마을과 윗마을 산책길은 각각 역사문화 산책길 서쪽과 북동쪽을 아우른다. 아랫마을은 후암시장과 후암주방, 삼광초교 인근 적산가옥길, 윗마을은 주한 독일문화원과 108하늘계단 등을 주요 거점으로 한다.

구는 오는 10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다 같이 돌자! 후암동 한바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시연을 통해 지도 제작을 마무리 한다는 취지다. 별도 참가비는 없으며 보다 자세한 사항은 후암동주민센터(2199-8406)에 문의하면 된다.

후암동 산책길 주요 코스는 용산구청 홈페이지(www.yongsan.go.kr)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문화관광 분야 ‘여행 길잡이’ 코너 중 ‘우리 동네길 걷기’ 항목으로 동네별 주요 도보여행 코스를 보기 좋게 정리했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후암동은 300채가 넘는 고급 문화주택을 중심으로 근현대 역사가 오롯이 살아 숨 쉬는 곳”이라며 “주민들이 직접 보고, 듣고, 토론해서 만든 마을지도가 후암동의 역사성과 장소성을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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