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어보(玆山魚譜)’는 조선 순조(純祖) 때 정약전(丁若銓)이 지은 어류학서(魚類學書)이다. 흑산도(黑山島)에 유배되어 있으면서 흑산도 근해에서 채집한 수산물에 이름·분포·형태·습속 등을 기술한 것인데, 3권 1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약전(1758~1816)은 정조 때의 학자·천주교인이었는데, 자는 천전(天全), 호는 일성루(一星樓)·손암이다. 이승훈(李承薰) 등과 함께 천주교 전교에 힘쓰다가 신유박해(辛酉迫害) 때 죽었다. 저서로는 ‘자산어보’, ‘영남 인물고(嶺南人物考)’ 등이 있다.

신유박해(辛酉迫害)는 조선 순조 1년(1801)인 신유년에 있었던 천주교도에 대한 박해사건이다. 중국인 신부 주문모(周文謨)를 비롯하여 남인(南人)에 속한 많은 신자가 죽거나 귀양을 갔는데, 이를 신유교난(辛酉敎難) 또는 신유사옥(辛酉邪獄)이라고도 칭한다.

첫째 동생 정약종(丁若鍾;1760~1801)도 조선 정조 때의 천주교인이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천주교 회장으로, 전교(傳敎)에 힘쓰다가 신유박해 때 사형되었다. 정약전의 막내 동생이며‘목민심서(牧民心書)’의 저자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1762~1836)이 지은 ‘하일전원잡흥(夏日田園雜興)’이라는 한문시의 번역본을 여기에 소개한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여름날 시골교외에서의 흥취>쯤 될 것이다.

 

『아름다운 붉은 작약꽃은

 모습 그대로 인데

부서져서 지는 꽃잎들은

개미굴에 떨어지네.

어쩌다가 밤꽃 향냄새를

잡을 수야 있으랴만

가지 끝에 붙어있는 많은

허기진 벌들일세 

 

‘자산어보’는 한국 최고(最古)의 어류학서(魚類學書)이다. 조선의 정조(正祖) 때 정약전이 순조(純祖) 원년(1801) 신유사옥 때에 전라도 흑산도에 유배되어 있을 때의 적거(謫居)생활을 이용하여 흑산도 근해의 수산 생물을 실지로 조사하여 채집한 귀중한 기록이다.

흑산 군도(黑山群島)는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黑山面)에 속하는 고도군(孤島群)인데 흑산도·홍도(紅島)·영산도(永山島) 따위로 이루어져 있다. 흑산도는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에 속하는 섬인데, 면적은 18.12㎢이다.

‘자산어보’는 전수산 동식물 155종에 대한 각 종류의 명칭·분포·형태·습성 및 이용 등에 관한 생생한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지금 전(傳)하는 사본 중에는 완전한 사본이 없으며, 1943년에 여러 사본을 대조하고 보충 정비하여 편성한 한글과 일본어 번역본 사본이 있다.

권1에 인류(鱗類) 73종, 권2에 무(無)인류 43종, 권3에 잡류(雜類)로서 해충(害虫) 4종, 해금수(海禽獸) 1종, 해초(海草:바다풀) 35종 등 비교적 세밀히 분류하여 기재되어 있다. 이 중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첫째로 청어와 고등어의 회유(回遊)와 분포에 관한 기록으로, 현재 동해와 서해에 회유하여 들어왔다 가는 청어와 고등어의 실태를 비교하는데 유일무이한 귀중한 자료가 된다.

둘째로 각종 수산 생물의 방언(方言)을 조사하여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셋째는 수산물의 의약상(醫藥上)의 성능(性能)을 기록하여 이 분야 연구에 많은 유용한 참고를 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각종 수산물의 도해(圖解)와 그 형태에 있어 설명이 상세하지 못한 점이 있어 이것이 흠으로 남아 있다. 또한 고기이름을 한글로 적지 않고 한자(漢字)로 기입하고 주척(周尺)을 사용한 것이 흠으로 지적되고 있다. 주척이란 자의 한가지이다. 주례(周禮)에 규정된 양척(量尺)이다. 이 자의 한자가 곡척(曲尺)의 여섯 치 육 푼과 같은데, 0.231m이다.

전어과(錢魚科;Dorosomatidae)는 경골어류 청어목(目)의 한 과(科)이다. 등지느러미 최후 연조는 실 모양으로 연장되었고 입은 작고 이가 없다. 전어와 일명 은전어(銀錢魚)라고도 하는 대전어(大錢魚) 등이 이에 속한다.

전어(錢魚;gizzard shad)는 전어과의 바닷물고기 안에, 등이 솟고 옆으로 납작하여 긴 달걀꼴이다. 등지느러미의 끝의 여린 줄기가 특히 길다. 등 쪽은 청람색이고 검은 반점이 줄지어 있고 배 쪽은 은백색이다. 3~6월에 내만(內灣)으로 이동하여 알을 낳는다. 맛이 좋아 식용하는데 한국·중국·인도·폴라네시아 등지에 분포한다.

‘자산어보’에 나오는 전어(箭魚)는 앞뒤 정황으로 보아 전어(錢魚)를 지칭하는 것 같은데, 오늘날의 전어(箭魚)는 준치이다. 준치는 청어과의 바닷물고기로 밴댕이와 비슷하다. 살에 가시가 많으나, 맛이 썩 좋은데 시어(鰣魚) 또는 진어(眞魚)라고도 불린다.

끝으로 한마디 : 삼소(三蘇)는 중국 송나라 때의 문장가인 소순(蘇洵)·소식(蘇軾)·소철(蘇轍)의 삼부자를 일컫는 말이다. 삼송(三宋)은 조선 후기의 뛰어난 성리학자(性理學者)인 세 사람의 송씨를 말한다. 곧 송준길(宋浚吉)·송시열(宋時烈)·송규렴(宋奎濂)을 이른다. 끝으로 정약전(丁若銓)·종(鍾)·용(鏞) 삼형제를 우리나라 발전의 기여도를 고려하여 ‘조선의 삼약(三若)’이라 칭해도 무난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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