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어느 쪽이 더 고상한가? 가혹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참고 맞는 것과 밀려드는 역경에 대항하여 맞서 싸워 끝내는 것 중에 죽는다는 건 곧 잠드는 것. 그뿐이다. 잠이 들면 마음의 고통과 몸을 괴롭히는 수만 가지의 걱정거리도 그친다고 하지. 그럼 이것이야말로 열렬히 바랄만한 결말이 아닌가? 죽는다는 것. 자는 것. 잠이 들면 꿈을 꾸지. 아, 그게 걸리는 구나. 현세의 번뇌를 떨쳐버리고 죽음이라는 잠에 빠졌을 때, 어떠한 꿈을 꿀 것 인가를 생각하면, 여기서 망설이게 돼.

이게 바로 지긋지긋한 인생을 그처럼 오래 끌고 가는 이유야. 그렇지 않다면야 그 누가 견디겠는가? 시간의 채찍과 모욕을, 폭군의 횡포와 건방진 자의 오만, 버림받는 사랑의 고통, 질질 끄는 재판, 관리의 무례함, 훌륭한 사람이 소인배들에게 당하는 수모를 참는 신세를 무엇 때문에 감수한단 말인가? 단검 한 자루면 조용하고 편안해지는데. 누가 무거운 짐을 지고 피곤한 인생에 신음하며 땀을 흘리겠는가? 다만 죽음 다음에 겪을 어떤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결심을 못하는 것이 아닌가?

어떠한 여행자도 돌아오지 못한 미지의 나라, 우리가 알지 못하는 저 세상으로 날아가기보다는 차라리 현세의 익숙한 재앙을 참는 편이 낫다는 생각 때문이야. 이렇게 우유부단함이 우리를 비겁하게 만들어, 혈기 왕성한 결단은 창백하게 질려 병들어 버리고 천하의 웅대한 계획도 흐름이 끊겨 실천하지 못하게 되는 법

이것은 1603년에 발표된 ‘햄릿’제3막 제1장에 나오는 유명한 <햄릿의 독백(Hamlet's Soliloquy)이다. 동서불문하고 전 세계적으로 애송되는 독백이다.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1564~1616)는 영국의 극작가·시인이라는 것은 주지하는 바다. 인간 세계의 갖가지 희극·비극을 그려 많은 불후의 명작을 남겼다. 작품에 ‘헨리 4세’, ‘줄리어스 시저’ 등의 사극과 ‘베니스의 상인’, ‘한여름 밤의 꿈’ 등의 희극 및 ‘햄릿’, ‘맥베스’, ‘오셀로’, ‘리어왕’의 4대 비극 등 37편의 희곡과 수편의 시집과 소네트집이 있다.

‘햄릿’은 셰익스피어의 사대 비극의 하나이다. 덴마크 왕가의 왕의 계승을 둘러싼 유혈사건을 제재로 하여, 왕자인 햄릿이 부왕을 독살한 숙부와 불륜(不倫)의 어머니에 대한 복수를 실행하는 이야기이다. 주인공의 성격묘사에 중점을 두어 낭만적이며 명상적 성격이 부각되어 있다. 1601년경의 작품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간형 중에서 햄릿형(Hamlet型)은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에서 유래한 말이다. 망설임과 회의(懷疑)의 경향이 많고, 결단이나 실행력이 약한 성격형을 말한다. 흔히 돈키호테형과 대조를 이룬다. 현실을 무시하고 자기 나름의 정의감에 따라 막무가내(莫無可奈)로 저돌적으로 행동하는 인간형을 지칭한다.

‘셰익스피어 이야기(Tales from Shakespeare)’는 영국의 수필가 메리 램과 찰스램이 함께 지은 이야기책이다. 소년 소녀를 위하여 셰익스피어 전 작품에서 희극 12편, 비극 8편을 평이한 단문으로 고쳐 쓴 것인데, 1807년에 발표했다. 영국이 배출한 세계 최고의 시인 겸, 극작가 셰익스피어는 비극의 정수(精粹)라고 할 수 있겠다.

영국의 평론가·사상가·역사가 토머스 칼라일(Thomas Carlyle:1795~1881)은 “영국이 인도와 셰익스피어 둘 중에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인도를 포기하는 것이 낫다”라고 말할 정도이다. 덴마크 왕자 햄릿의 아버지가 급서하자 어머니 거트루드는 곧 왕의 동생 클로디어스와 재혼하고, 클로디어스가 왕이 된다.

예민한 감수성과 지성, 섬세하고 결백한 성격의 소유자 햄릿은 어느 날 갑자기 존경하던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까지 숙부와 재혼하자 큰 충격을 받는다. 숙부를 의심하던 햄릿이 국왕 살해 연극을 해보이자, 클로디어스 왕은 별안간 안색이 변하여 그 자리를 떠난다.

분명히 숙부가 자신의 아버지를 죽였다는 확신을 가지면서도, 여러 가지 요인으로 말미암아 햄릿은 복수를 결행하지 못한다. 한편, 햄릿의 숙부이자 현재의 왕인 클로디어스는 오히려 햄릿을 죽이려는 계획을 세운다.

‘오셀로’, ‘리어왕’, ‘맥베스’와 함께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은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히는 명작이다. 특히 사건의 전개, 심리묘사,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당대의 사회 상황을 리얼하면서도 충실하게 반영하여 셰익스피어 비극의 정수로 꼽히고 있다. 세계적으로 연극, 영화, 뮤지컬 등으로 다양하게 재해석되며, 오랜 시간이 흘러도 생명력을 잃지 않는 진정한 고전이란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뒤틀린 시대를 바로잡으려는 근대적 인물을 묘사한 ‘햄릿’은 다음과 같이 노르웨이 왕자 포틴브라스의 대사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제5막 제2장)

「부대장 네 명이 군인답게 예의를 갖추어/ 햄릿 왕자를 단상으로 모셔라. 왕위에 오르셨다면 가장 군주다운 군주가 되셨을 분이다. 이분의 서거를 애도하여 군악을 울리고/ 조포를 쏘아 세상에 알려라. 시체들을 치워라. 이런 광경은 전쟁터에는 어울리지만 여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가서 병사들에게 조포를 쏘라고 명령하라.(병사들 시체를 메고 나간다. 모두 퇴장. 잠시 후, 조포가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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