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 / 양여천

 

 

추운건 결국 익숙해지지 않는 고통이다

바알갛게 달구어져가는 난로의 몸통위에 
딱딱하게 고드름처럼 굳어진 뼈마디를 부수어 늘어놓고 싶다 
손바닥만 겨우 적시는 5촉짜리 전구의 따스함 앞에서 
방바닥에 젖은 빨래를 널듯이 몸을 뒤집어가며 구워본다

공기가 조금 훈훈해지면 장갑을 벗고 
머플러를 벗고 점퍼를 벗다가도 다시 입는다

밖에 나가서 문을 닫고 와야만 하는데 
냉장고 문을 열고 얼린 동태를 꺼내는 것마냥 
아직 얼어있는 새벽이 무겁게만 느껴진다

추운건 결국 발가벗고 세상에 처음 던져졌던 그 고통의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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