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 양여천 시인

별을 향해 내어 뻗는다
이룰 듯 이룰 수 없을 것 같은 꿈이지만 
포기는 언제나 아직 이르더라

따듯하게 한 번만 안아보자
아팠던 네가 내 가슴을 자꾸만 쿡쿡 찔렀다
얼마나 예쁘던지 자꾸만 눈이 부시더라
따듯하고 야무지게 작은 손이
나의 크고 두툼하고 재주가 없는 손을
어둠속을 더듬어 찾아와서
손가락으로 손바닥을 간지르고는
다시 너에게로 돌아갔다
꼭 쥐고 절대 놓고 싶지 않은데
자꾸만 내 손에서 미끄러져 가고
가슴에서 내어 밀어내더라

별이라서 너는 그렇게
모가 나 있었나보다
뾰루퉁하게 입술을 내밀고 토라져
돌아서 있던 너를 내 품안에 넣고
너의 손을 잡은 채 숨결과 숨결을 마주하며
또 한 번 잠들고 싶다
별과 별 사이를 꿈속에서 헤멜 때에도
길을 잃지 않도록
등뒤로 너의 손을 얹고 앞서 헤쳐 나가야만 한다

얼마나 설레었는지 모른다
너는 별이라서 마주 닿는 손끝 하나로도
무수하게 많은 말들을 내게 전할 수 있었던 것을
빛가루가 쏟아지던 여름날의 밤바다 위
그 하늘아래 길게 누워 꿈을 헤아리던
그 순간들을 내가 또 어떻게 잊을 수가 있을까?
가만히 나의 손에 손을 포개어 오던 네가
너의 손끝이 내 가슴위에서 팔을 내밀어 
길게 저어 허공에다가 긴 선을 하나 그었다

우리가 다시 만나면 너와 내가 사랑한
저 수없이 많은 구름들이 흰 깃발처럼 나부끼던
그 바닷가의 넓은 수평선 위에 뜨고 지는
그 깨어진 조가비들이 아픈 날개가 되어 오르던
그 하늘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사랑을 못 할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난 사랑 안 하고는 살 수가 없더라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가슴에는 설명이 안 되더라
다시 한 번 너의 손을 잡고 그 바닷가의 지평선을
우리 젊었던 그 순간의 시계를 되돌려 놓듯
다시 뛰어보고 싶어, 숨이 막히도록
너를 사랑해서 설레고 설레었던

네가 내 차가워진 손을 잡아주었던 순간
네가 내 곁에서 별이 되어버렸던 그 순간
내 가슴에 내 영혼이 모두 빛으로 승화되고
너를 향해 조각조각나서 아무것도 남지 않아도 좋아

닿지도 않을 것처럼 밤하늘에
바늘로 콕콕 수를 놓으며 영혼으로 되돌아가는
별들의 시계바늘속에 너의 진주같던 눈동자가
내 곁에 내려앉았던 그 순간

닿지도 않을 영원과 영원처럼 먼 공간에
네가 있어도 좋아, 한껏 내밀어 뻗어보자
너라고 하는 빛나는 별의 가슴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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