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오케스트라가 온다는 흥분과 기대는 반감된 듯

보통 미국의 5대 Big Five 오케스트라 하면 뉴욕필, 보스톤 심포니, 시카고심포니,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로 몇 년전 까지만 해도 쳐주곤 했다.

미국 5대 오케스트라의 아성에 도전하는 악단으로 슈퍼 오케스트라가 온다는 흥분과 기대감으로 접한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내한공연(필자는 11월 10일 저녁 표를 구매해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공연을 감상했다.)은 전날 기업 초청행사로 치러진 마이클 틸슨 토머스와 중국 피아니스트 유자 왕이 함께 한 클래식의 밤 때문에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에 대한 흥분과 기대가 반감된 듯 하다.

마이클 틸슨 토머스가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연주를 이끌고 있다. (사진: 크레디아)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와 유자 왕은 11월에 아시아 투어를 진행하고 있는데 11월 9일 서울에서 기업초청 행사로 이뤄진 콘서트에서 쇼스타코비치 피아노협주곡 1번을 연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12일과 13일 타이페이와 15일 상해 공연에선 쇼팽 피아노협주곡 2번을 협연한다. 다시 17일 상해와 18일 북경 협연에선 쇼스타코비치 피아노협주곡 1번을 협연하고 20일 오사카에선 쇼팽 피아노협주곡 2번, 21일 도쿄 산토리홀에서 쇼스타코비치 피아노협주곡 1번, 22일 NHK홀에선 쇼팽 피아노협주곡 2번의 협연이 예정돼있다.

기업 초청행사 탓에 정말 음악을 좋아하고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의 슈퍼 오케스트라가 온다는 흥분을 만끽하려던 필자를 포함한 일반 음악애호가들은 이런 흥분감을 느낄 수 없어서 허탈한 감을 감출 수 없었다. 더욱이 샌프란시스코의 내한공연 스케쥴은 지난 10월초부터 서울에서 시작된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밤베르크심포니, 빈필의 내한공연에 이어 NHK심포니, 파리오케스트라, 바이에른방송교향악단 내한공연으로 줄지어 이어지는 특급 오케스트라들의 초겨울 교향악단 내한연주의 열기의 정점에 서있었다.

때문에 이런 특급 오케스트라들의 초겨울 교향악단의 내한공연 열기를 더 끌어올리지 못하고 공연 첫날의 표를 살 수 없게 된 순수한 일반 음악애호가들의 경우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에 대한 절반의 만족만 수확한 느낌이다. 물론 샌프란시스코와 마이클 틸슨 토머스는 자신들의 연주 결정체라 할 만한 11월 10일 후반부 말러교향곡 1번에서 미국 악단이 들려줄 수 있는 최상의 말러를 들려줬다. 내한공연의 말러가 대부분 말러교향곡 1번으로 채워지곤 하던 지겨운 느낌도 초반엔 부인할 수 없었지만 가감없는 생각보다 여린 사운드의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의 말러교향곡 1번은 상당히 인상적인 것이었다.

첫날 유자 왕의 드레스는 3년전과 마찬가지로 파격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는데 지난달 말 성남 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손열음의 쇼스타코비치 피아노협주곡 1번과는 어땠는지 비교 할 수 없는 것은 아쉬운 포인트의 하나다. 다행히 볼 수 있었던 11월 9일 공연 첫날 후반부에서 들려준 스트라빈스키의 <나이팅게일의 노래>나 <불새>모음곡에서도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에 대한 신비감과 궁금증을 풀게할 신선한 미국적 사운드를 들려줬으나 브라이트 쉥 <홍루몽>서곡, 쇼스타코비치 피아노협주곡 1번(유자 왕 협연), 스트라빈스키, 이튿날의 틸슨 토머스의 아그네그램, 쇼팽 피아노협주곡 2번(임동혁 협연), 말러교향곡1번의 다채로운 연주 레퍼토리에도 불구, 첫날 내한공연에 음악애호가들이 표를 구매해 감상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린 것은 슈퍼 오케스트라가 온다는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에 대한 흥분과 기대를 스스로 반감시켜 버린 결과가 돼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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