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주 / 전진호 시인
숨 막힌 헐떡거림
가슴을 쥐어짜는 답답함
눈동자는 이미 촛점을 잊은지 오래
그래도 팔과 다리는
끊임없이 3차원의 공간 세계를
휘젓지 않으면 안 된다
초죽음 상태에서도 우리는
인생길을 달리지 않으면 안 되도록 만들어진
인간 로보트
하지만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죽음 같은 몸부림 속에서도
피어오르는
생의 쾌락을 느낄 수 있다
삶의 의미는
인고(人苦)의 기쁨을 얻는데 있지 않을까
내가 살아 있다는 걸 보여 줘야만 한다
삶의 몸짓을 통해
자신을 누군가에게 기억시키는 작업을
평생에 걸쳐 하지 않으면 안된다
모든 이의 기억에서 잊혀졌을 때
비로소 죽는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전진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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