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교향곡과 협주곡의 성찬 아니었으나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의 사운드 확인"

압도적 교향곡과 협주곡의 성찬으로 이틀동안 협주곡과 교향곡의 감동을 선사한 2012년 11월 6-7일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었던 4년전의 콘서트 열기는 아니었으나 마린스키의 사운드를 확인할 좋은 기회였다.

지난달 31일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열린 발레리 게르기예프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은 지휘대 없이 무대 연단에서 단원들에게 자유자재로 주문을 내며 게르기예프의 떨리는 지휘의 손 마디 마디가 움직일 때마다 반짝반짝 빛나는듯 여겨지던 4년전의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현장의 타임머신으로 이끌어갔다.

발레리 게르기예프와 마린스킨 오케스트라 성남아트센터 내한공연은 압도적 교향곡과 협주곡의 성찬은 아니었으나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의 사운드를 확인할 좋은 기회였다. (사진: 성남아트센터)
     
 

사실 이번 성남아트센터에서의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은 4년전 이틀간의 콘서트의 축소판으로도 볼 수도 있었다. 당시 독주 트럼펫이 가세하는 독특한 협주곡의 분위기로 손열음이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협주곡 1번으로 한바탕 열기를 뿜어내놓고 앙콜곡으로 들려준 위대한 재즈 피아니스트 아트 테이텀의 "타이거 래그"에서도 현란한 손놀림의 타건으로 재즈풍의 곡을 멋들러지게 피아노로 재해석해 들려줬던 기억이 새롭다. 손열음은 이번에는 스트라빈스키의 페투르슈카중 'Danse Russe(러시아의 춤)'으로 텀플링하듯 앙콜곡의 연주를 들려줬다.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이 오페라홀과 달리 관객과 밀착해있는 점을 감안하면 피아노와 트럼펫, 현악 오케스트라의 의외의 조합으로 인한 쇼스타코비치 피아노협주곡 제1번의 독특한 음향의 매력을 느끼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가 아니었나 싶다.

마린스키 오케스트라가 서곡 비슷하게 들려준 프로코피예프 교향곡 제1번은 연주시간 15분의 짧은 곡이다 보니 후반부에 있었던 프로코피예프 <로미오와 줄리엣> 모음곡에서 마린스키 오케스트라는 자신들의 연주실력을 자유롭게 드러냈다. 베르디의 운명의 서곡과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 전주곡은 압도적 교향곡과 협주곡 성찬에 못미치는 올해 내한공연의 아쉬움을 상쇄하는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의 제값을 보여준 인상적 연주였다고 평하고 싶다.

수도 서울이 아닌 성남이나 고양, 또는 로렌 국립 오케스트라가 초청 내한공연을 가진 안산 예술의 전당등에서 대충 끝내려는 풍토가 많은 세태에서 세계적 오케스트라가 최선을 다한 연주를 만나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러시아 오케스트라의 짜르로 칭해지기도 했던 발레리 게르기예프의 최고의 연주를 들을 수 있었던 기회를 잡은 것은 성남등 수도권 음악애호가들에겐 그런 의미에서 대단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발레리 게르기예프는 정규적으로 베를린필, 빈필, 런던심포니, 시카고심포니, 토론토심포니, 샌프란시스코심포니, 그리고 보스톤심포니등과 같은 세계 유수 오케스트라와 작품을 연주하는 세계에서 가장 바쁜 지휘자가 아니던가.

10월 20일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초청 내한공연을 가진 프랑스 로렌 국립오케스트라 공연도 개인적 스케줄의 문제로 10월23일 오후 5시 안산 예술의 전당에 가서 감상하게 되었는데 유아 어린이 관객등 청중의 구성면에서 많이 취약한 점이 여실히 드러남에도 로렌 국립 오케스트라는 나른한 오후의 정취를 담은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 전주곡과 랄로의 스페인교향곡(협연: 김수연), 그리고 자신들의 장기인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의 최선의 다한 연주를 들려준 점에서 안산쪽의 음악애호가들도 많이 호사를 했다고 얘기를 전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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