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같은 서러움 / 전진호 시인

 

이렇게 후덥지근한 날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그리움 질척이는 편지를 띄울 수 있다면

어깨너머 누군가

쭈삣해진 머리칼로

속절없는 계절을 만들고

찢어진 노랑나비 한마리가

고름 섞인 울부짖음으로

마지막 앙갚음의

나래를 휘청일 때

까마득히 보고픈

시간이 흐른다

펑펑 소리 내어 울어도 시원찮을

낯선 타향으로

짓이겨진 젊음

나의 서러움은

인적 없는 산골짜기 계곡으로

발길을 재촉이고

착잡한 육신은

습기 차오르는 땅거죽에

갈기갈기 쏟아지는

입맞춤을 해야 한다

향기로웠던 여인의 알몸뚱이가

거무 튀튀한 흙으로 썩어가고

나의 사랑은

결코 변함이 없노라

못내 하기 싫은

죽음의 유언을 뱉아 내던

아 곱던 님의 얼굴

마음이 녹아내려

질펀한 아픔으로

밟혀야만 하는가

사랑하는 사람은 차치하고

읽어줄 여인마저 없어도 좋다

그래 오늘은

편지 같은 설움으로

공동묘지 갈대보다 더 하얀

사연을 적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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