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린 (片鱗) / 양여천 시인
바람에 꽃잎이 흩날려
나무가 그 화려한 옷을 벗는 날
바람에 날려 그 가녀린 꽃잎이
햇볕속에 손끝에서 부서지는 순간
그렇게 한없이 아름답고 아련했던 순간들이
지금도 손 내밀면 닿을 것처럼
눈앞에 곱게만 느껴지는데
귀퉁이가 낡아진 수첩
빛바랜 사진 한 장속에
너는 있고 나는 없나,
그때의 순간, 기억의 조각, 상처의 편린들을 주워담기 위해
나는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이 순간을 지나 영원한 추억속에 눈을 감고
이 순간을 견디며 살아 다음날의 봄에 꽃잎속에 눈부시게 아름답게
내 눈앞에 변함없이 서는 너를 보기위해
봄날의 나무아래에 서서
바이올린의 활을 잡고
그 아픈 음성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들어본다
양여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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