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D프레임, 레고를 넘어 세계로 고!고!고!

 

4D프레임, 레고를 넘어 세계로 고!고!고!

빨대에 가치와 스토리 담았더니 해외시장이 먼저 주목 

교육열이 유난히 높은 우리나라의 교육기구(교구) 시장은 3000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국내시장은 여전히 비싼 외국 교구들이 점령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국산교구는 인정받지 못했던 걸까? 어쩌면 겉만 번지르르한 외국산에 현혹돼 국산 제품에 대한 편견이 생겼던 건 아닐까.

박호걸 포디수리과학창의연구소장은 아내 양효숙 (주)포디랜드 대표와 함께 그러한 편견을 딛고 척박한 국내 교구 시장을 개척한 것은 물론, 미국과 유럽, 중국, 일본 등 해외에서도 열렬한 러브콜을 받고 있다. 빛나는 창의력과 과감한 모험가 정신을 통해 개발한 4D프레임으로 세계 어린이들의 창의력과 상상력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는 박호걸 소장. 그의 4차원 세계를 들여다보았다.

 

▲ 다양한 4D프레임작품

 

먼저, 4D프레임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4D프레임은 3차원에서 시간의 개념을 더한 4차원(4Dimension)의 4D와 틀, 뼈대, 구조를 의미하는 프레임(Frame)의 합성어입니다. 이것은 그 하나로서는 별다른 의미를 지니지 못하는 한 개체(점)가 또 다른 개체들과 만남으로써 선ㆍ면 그리고 입체 등을 표현할 수 있으며 사용자의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고차원적으로 표현이 가능한 교구입니다. 또한 4D라는 이름 안에는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상상의 나래를 4D프레임을 통해 마음껏 펼쳐나가라는 꿈(Dream)의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4D프레임을 개발하게 된 동기는 무엇이고,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으셨는지요.

저는 시골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제가 어릴 때 시골은 지금처럼 다양한 놀이가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무엇을 만들려면 흙이나 수수깡이 전부였죠. 저는 다행히도 이것들을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했고 대학에서도 건축을 전공했습니다. 졸업 후 저의 적성을 살려 들어간 모형회사에서 1981년부터 13년 간 출근하는 것이 즐겁다는 기분으로 직장생활을 했으며, 1993년 에반에셀 모형회사로 독립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전통 건축(경복궁, 황룡사, 안압지, 미륵사 등)의 모형을 만들며 한국 건축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이 작업을 하면서 발견하게 된 것은 한국의 건축은 못을 쓰지 않고 나무에 홈을 파서 조립하는 입체 퍼즐이며, 그 안에 수학, 과학, 미술, 자연 등이 숨어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저는 이런 것들을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쉽게 전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한두 가지 간단한 원리로 다양한 것을 표현할 수 있을까?” 결국 이 고민의 해결책을 종이에서 발견했습니다. 2차원의 평면의 종이가 아닌 접기와 자르기를 활용한 3차원적인 종이 접기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4D프레임의 시작이었습니다.

 

4D프레임을 ‘제 3의 흙’이라고 표현하셨더군요. 이유가 궁금합니다.

현대 과학 기술의 발전은 달에 인간의 발자취를 남겼으며, 줄기세포를 연구해 살아있는 유기체를 복제할 수 있습니다. 이 눈부신 과학의 발전에 반하여 자연에 관해서는 소원해 지는 것 같습니다. 성경책에 하나님께서 인간을 흙으로 빚으시고 자신의 숨결을 불어 넣으심으로 인간에게 생명을 주셨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이렇듯 흙은 지구상의 모든 생명의 근원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즉, 자연친화적인 에너지와 생명의 가치를 담고 싶다는 의도에서 4D프레임을 ‘제3의 흙’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다른 교구들과 차별화되는 4D프레임만의 장점은?

기존의 다른 교구들은 기본단위로 쉽게 조립할 수 있는 부품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때문에 빠른 조립이 가능하며 쉽게 완성을 할 수 있죠. 이 점은 교구의 기능적 부분만 중시되며 마치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형태를 따라 하는 것처럼 보여집니다. 반면 4D프레임의 장점은 각각의 연결봉과 연결발을 원하는 길이와 모양대로 자르고 구부릴 수 있는 유연함과 탄성에 있습니다. 이는 부품의 기본단위를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변형이 가능하며 무한히 확장이 가능합니다.

 

▲ (주)포디랜드 전경

사업 초기에는 많은 어려움을 겪으셨다고요.

사업 초기 7,8년 동안은 실패와 좌절의 연속이었습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4D프레임이 가지고 있는 외형적인 형태로만 가치를 평가하고, 그 가능성에 대해서는 살펴보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사업초기에 자금난에 시달리며 정부나 은행의 지원을 받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했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투자를 받지 못한 것이 오히려 4D프레임이 가지고 있는 교육적 가치를 더욱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습니다. 혼자 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작게 생각한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고 자료를 요청하는 단계에 이르게 됐습니다.

 

사람들이 4D프레임의 진가를 알아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단순합니다. 그냥 평범한 빨대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빨대를 사는 사람이 있나요? 없습니다. 슈퍼나 마트에 가면 공짜로 얻을 수 있는 빨대는 가치가 없습니다. 빨대는 음료수를 쉽게 마실 수 있는 기능은 있지만, 가치는 없습니다. 저는 그런 빨대에 교육이라는 가치를 부여한 겁니다. 또한 완성품이 아니라 과정을 서비스하고자 했고, 그 과정을 통해서 교육까지 추구하고자 했습니다. 요리로 비유하자면 완성된 요리가 아니라, 요리하는 방법 즉 요리하는 즐거움인 레시피를 제공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런 가치와 과정을 보지 못했던 거죠.

 

▲ 스웨덴 국립과학기술박물관에 들어설 4D프레임 워크샵 공간

4D프레임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까지 알려지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사업 초기 4D프레임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공모전과 체험전에 참여했습니다. 그러다가 2006년 조청원 관장님께서 대전 국립중앙과학관 1층에 수학체험관을 만드셨는데, 그때 응모를 해서 뽑히게 됐습니다. 이를 계기로 2007년에 오스트리아 대통령이 4D프레임을 고국으로 가져갔고, 유럽에 4D프레임을 소개하는 스웨덴 국립과학관에 안착이 됐으며, 학회에서의 다양한 활동으로 수출까지 하게 됐습니다. 이후 대회도 만들어졌고, 무수히 많은 공모전 및 과학체험전 등에 참가하면서 저변을 넓혀 가고 있습니다.

 

포디랜드에서 시행하고 있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영재교육, 발명교육, 수학교육, 과학교육, 진로교육, 유아교육, 장애인교육, 시니어교육, 종교 프로그램 등을 비롯해 방과 후 활동, 체험 캠프, 인성프로그램, 평생교육, 교사양성프로그램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대전국립중앙과학관, 남산과학관에 아이들이 4D프레임을 자유롭게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두었습니다.

 

4D프레임을 경험한 아이들과 부모들이 효과를 인정하고 고마움을 전해오는 경우도 많을 것 같습니다.

진주에 있는 학생의 경우 수학을 싫어해 수업 시간마다 잠을 잤다고 합니다. 그런데 4D프레임을 접한 후 자존감을 키우고 수학 점수가 향상됐다고 하더군요. 또한 4D프레임을 배운 아이들이 경기도 시흥 시청에서 봉사활동을 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제가 감사할 일인데, 그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저에게 감사 전화를 하시더군요. 그 때 참 뿌듯하고 깊은 보람을 느꼈습니다. 제가 실제로 4D프레임을 연수해보면 아이들이 참 재미있어 하고, 수학과 과학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경우를 자주 경험했습니다.

 

▲ 4D프레임으로 만든 축구공을 들고 포즈를 취한 박호걸 소장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재미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재미있는 건데, 우리 학생들은 부모님과 선생님이 시켜서 하는 공부를 하고 있으니 당연히 재미가 없을 수밖에요. 하지만 공부도 재미있을 수 있습니다. 외우는 공부가 아니라, 경험하고 시행착오를 겪는 공부는 재미있습니다. 암기로 답을 맞힐 순 있지만 그걸로 끝입니다. 답이 틀려도 그 과정 속에서 내 것을 찾을 때 재미는 자연스레 따라오게 마련이지요. 뭐든지 ‘내 것’으로 만들어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겁니다. 어른들도 자동차를 튜닝하거나 핸드폰에 케이스를 씌우는 등, 본인만의 개성을 추구하지 않습니까. 저는 ‘내 것의 재미’를 4D프레임에 적용했고, 마침내 재미있는 교구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심청을 표현한 4D프레임

 

▲ 태권도 4D프레임

 

그러고 보니 4D프레임에 다양한 것들을 접목시키신 것 같습니다.  

당연합니다. 1차원적이었다면 4D라는 이름도 쓰지 않았을 겁니다. 저는 4D프레임에 스토리텔링도 결합했습니다. 남이 하는 대로, 순서대로, 매뉴얼대로 하는 건 단순한 조립에 지나지 않습니다. 내 것이 아니라 남의 것, 재미없는 것입니다. 사람도 나만의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듯이, 저 역시 4D프레임에 스토리텔링이라는 생명력을 불어 넣었습니다. 스포츠와 동화, 성경 등은 전 세계인들의 공통된 관심사입니다. 언어가 달라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착안해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4D프레임을 제작했고, 지금도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계속해서 발굴하고 있습니다.

 

4D프레임 교사도 육성하고 계시지요?

두 달에 한 번씩 4D프레임 교사육성 프로그램을 초급, 중급 과정으로 나눠서 진행하고 있으며, 이 수업을 이수한 경우 포디랜드에서 발행하는 수리과학창의교육지도사 자격이 주어집니다. 국내뿐 아니라 영국, 중국 등에서도 해외 교사를 양성 중에 있습니다.

 

▲ 스웨덴 미래박물관장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박호걸 소장과 양효숙 대표

 

▲ 스웨덴 국립과학기술박물관장과 함께

 

▲ 스웨덴 박스홈 오베르비 유치원에서 열린 유아인권 및 유아교육에 관한 세미나 모습

 

최근 4D프레임 홍보를 위해 유럽에 다녀오셨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미래융합창조문화재단과 포디랜드는 지난 1월 17일부터 23일까지 제1회 유아교육선진화 3.0 추진 교류단을 구성해 스웨덴과 핀란드를 방문했고, 유아인권과 유아교육 관련 세미나를 개최했습니다. 스웨덴 박스홈과 볼랭에 지구, 핀란드 헬싱키 등 유치원 12곳을 방문해 유아교육의 현주소를 살펴봤으며, 현지 유치원에서 4D프레임을 활용한 교육 현장을 살펴보고 왔습니다. 또한 스웨덴 국립과학기술박물관(Tekniska Museum, http://www.tekniskamuseet.se/)에 4D프레임 전시공간(Workshop) 구성이 확정됐습니다. 내년 오픈을 예정으로 현재 디자인과 전시품목 등 세부 사항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스웨덴 미래박물관(Museum of Future with Planetarium,  http://www.framtidsmuseet.se/)에는 4D프레임 전시공간이 오는 가을에 완성되고, 내년 1월에 정식 오픈합니다. 두 곳의 전시공간에서는 4D프레임의 모형만 전시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을 가르칠 스웨덴 측 교사를 저희가 직접 교육시킬 예정입니다. 그리고 전시공간에서 학생들이 직접 4D프레임을 활용해 수학, 과학, 화학 모형을 제작하며 창의력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교육프로그램도 마련할 것입니다. 더불어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간 후 4D프레임을 활용해 지속적인 교육이 가능하도록 추진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일본에서 종이접기가 하나의 문화로 발전했듯이, 저도 4D프레임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정착시키고 싶습니다. 또한, 4D교육을 체계화 시켜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4D수업을 듣고, 4D학과가 생겨나고, 더 나아가서는 4D문화가 전 세계로 퍼져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4D교육의 메카로 자리 잡아 4D학교, 4D센터가 세워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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